트럼프, 장녀 소개로 환경운동가 앨 고어 면담은 했는데…

입력 2016-12-06 18:41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각각 회담한 뒤 걸어 나오고 있다. 트럼프가 지구온난화 방지에 힘써 온 앨 고어를 만나면서 ‘파리기후협약 폐기’ 공약을 거둬들이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5일(현지시간) 환경운동가로 변신한 앨 고어 전 부통령을 만났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주장하고 파리기후협약을 폐기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당선 직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기후변화에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해 태도 변화를 시사했다. 이날 만남도 그 연장선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고어는 뉴욕 맨해튼 트럼프타워에서 트럼프와 트럼프의 장녀 이방카와 연쇄 면담을 마친 뒤 “장시간에 걸쳐 매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공통점을 찾기 위한 진지한 탐색이었다”고 말했다.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낸 고어는 2000년 민주당 대선 후보로 지명됐지만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에게 패했다. 이후 지구온난화 대책을 호소하는 기후변화 전도사로 변신했고 그 공로로 200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특히 이방카가 고어를 먼저 만나 별도로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었다. 이방카는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 ‘홍수 이전’을 영화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로부터 전달받아 관람하는 등 기후변화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또 가족 중 아버지에 대한 영향력이 가장 커 차기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기조가 달라질지 주목된다. 고어와 아버지의 만남을 주선한 것도 이방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고어를 만났다고 해서 차기 행정부가 기후변화에 적극 나설지는 불투명하다. 트럼프 주변에는 기후변화에 부정적인 화석연료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참모들이 적지 않다.

한편 트럼프가 이날 공화당 경선 라이벌인 신경외과의사 출신의 벤 카슨을 주택도시개발부 장관으로 지명한 데 대해 민주당이 반발했다. 카슨은 트럼프 행정부의 첫 흑인 정치인이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성명에서 “카슨은 주택 소유자와 세입자의 권리를 보호할 경륜을 갖추지 못했다”면서 “장관으로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번에는 공화당의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주지사가 “낸시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맹비난했다.

카슨은 볼티모어의 존스홉킨스 병원에서 최연소 소아신경과장이 된 인물로 세계 최초로 머리가 붙은 샴쌍둥이 분리 수술에 성공해 명성을 얻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