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이 6일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미르·K스포츠재단 모금과 관련해 “청와대의 지시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지난 9월 국정감사에선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모금에 참여했다”고 답변했었다. 이에 따라 이 부 회장이 상황에 따라 유리한 쪽으로 말을 바꾸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이 힘이 있을 때는 청와대에 유리한 쪽으로 말했다가 지금은 청와대에 책임을 떠넘기며 기업을 두둔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청와대가 모금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관여했다고 발언했다. 새누리당 최교일 의원이 ‘기존에 다른 여러 재단이 설립된 적이 있는데 이번과 차이점이 있느냐’고 묻자 이 부회장은 “여러 세세한 부분을 청와대가 관여를 많이 했다는 점”이라고 답했다. 모금의 강요 여부나 대가성에 대해선 “당시 청와대의 지시 요청을 거절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가성은 없고 강요에 의해 기업들이 돈을 냈다는 의미다.
모금 과정에 대한 이 부회장의 발언은 계속 바뀌어 왔다. 9월 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했을 때는 모금이 기업의 자발적인 의사라고 했다가 이후 “검찰 수사 중이어서 답변하기 어렵다”고 얼버무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을 직접 제안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제기되자 그의 발언은 또다시 달라졌다. 이 부회장은 검찰에 출석해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 등 청와대 측이 ‘미르·K스포츠재단 자금 모금에 힘을 써 달라’고 지시한 것이 사실”이라고 진술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청문회에서도 ‘자발적인 출연’에서 ‘청와대 지시’로 말을 바꾼 것을 시인했다.
한편 “총수 중에 촛불집회에 나간 분이 있으면 손들어 보라”는 민주당 안민석 의원의 말에 이 부회장이 혼자 손을 들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함께 증인으로 나온 총수 8명 중에서는 손을 든 사람이 없었다. 안 의원이 “당신은 재벌이 아니다”라고 하자 이 부회장은 멋쩍게 웃으며 손을 내렸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때그때 달랐던 이승철 발언… “자발적 모금” → “靑 지시 요청 거절 어려워”
입력 2016-12-06 18:32 수정 2016-12-06 2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