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약체… ‘악몽’ 슬금슬금

입력 2016-12-06 18:52 수정 2016-12-06 21:50
내년 3월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나설 한국야구대표팀이 최약체 전력을 꾸릴 위기에 처했다. 오승환과 강정호는 각각 해외원정도박과 음주운전 파문, 좌완 에이스 김광현은 팔꿈치 부상으로 대표팀에 승선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오승환 강정호 김광현. AP뉴시스

내년 3월 열리는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먹구름이 잔뜩 끼었다. 다른 국가들은 초호화 멤버로 팀을 구성하는 반면 한국은 잇단 악재로 인해 역대 최약체 대표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일 대표팀 예비 명단 50명을 WBC 조직위원회에 제출했다. KBO는 내년 2월 6일까지 최종 엔트리 28명의 명단을 낸다.

그런데 잇단 선수들의 부상과 사생활 문제가 겹치며 최종 엔트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좌완 에이스 김광현(SK)이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게 돼 대표팀 합류가 사실상 제외됐다. 내년 프로야구에서도 시즌아웃됐다. 2루수 정근우(한화)는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았다. 홈런왕 박병호(미네소타)와 이용찬(두산)도 수술로 낙마한 상태다.

든든한 마무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은 해외 원정도박 파문으로 대표팀 승선이 불발됐다. 설상가상으로 50인 엔트리에 포함됐던 강정호(피츠버그)가 음주운전에 이어 도주 및 운전자 바꿔치기까지 한 혐의로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KBO 관계자는 6일 “상벌위원회를 열 수 있는 지 현재 검토를 하고 있다”며 “강정호의 WBC 엔트리 탈락 여부는 기술위원회를 열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스포츠스타의 음주운전이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점에서 강정호의 엔트리 탈락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한국과 같은 조에 있는 국가들은 전력 강화에 잰걸음을 걷고 있다. 이스라엘과 네덜란드, 대만과 A조에 속한 한국은 2위 안에 들어야 일본에서 열릴 2라운드에 올라간다.

특히 네덜란드는 최상의 전력을 구축하고 있다. WBC 공식홈페이지가 5일(현지시간) 소개한 WBC 출전 확정 메이저리그 스타 플레이어 30명 중 세 명이 네덜란드 출신이다. 산더르 보하르츠(보스턴), 안드렐턴 시몬스(에인절스), 요나탄 스호프(볼티모어)다. 이밖에 디디 그레고리우스(양키스), 켄리 젠슨(다저스) 등 빅리거 외에 삼성에서 뛴 릭 벤덴헐크(소프트뱅크)와 일본 리그 홈런왕 출신 블라디미르 발렌틴(야쿠르트)도 나올 예정이다.

야구 소국으로 알려진 이스라엘도 만만치 않다.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에 빛나는 제이슨 마키(신시내티)를 필두로 라이언 라반웨이(토론토), 아이크 데이비스(양키스) 등 빅리그 출신들이 포진해 있다. 여기에 유대인 선수인 작 피더슨(다저스)과 이안 킨슬러(디트로이트), 라이언 브론(밀워키) 등도 승선할 전망이다. WBC는 선수 본인의 국적뿐 아니라 부모나 조부모의 국적에 따라 대표팀을 선택할 수 있다. 대만이 왕첸밍(캔자스시티)과 천웨인(마이애미)의 참여가 불투명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자칫 2013년 3회 대회처럼 1라운드 탈락이 반복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1라운드를 통과할 경우 맞붙게 될 일본도 50인 예비 엔트리에 현역 메이저리거 9명 등 최강전력을 포함시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다나카 마사히로(양키스)와 마에다 겐타(다저스), 이와쿠마 히사시(시애틀)가 포함됐으며 괴물 투수 오타니 쇼헤이(닛폰햄)도 출전이 확실시 된다.

야구의 본고장이자 WBC 주최국인 미국은 3회 대회까지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아예 칼을 갈고 있다.

미국이 발표한 예비 출전 선수 30명에는 올스타 출신 선수만 24명이 들어있다. 올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한 맥스 슈어저(워싱턴)와 2012년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버스터 포지(샌프란시스코), 올 시즌 홈런왕 놀런 아레나도(콜로라도), 앤드류 매커천(피츠버그) 등이 동참했다.

디펜딩 챔피언 도미니카공화국은 매니 마차도(볼티모어), 로빈슨 카노·넬슨 크루스(시애틀) 등 스타를 동원하고 있고 베네수엘라와 푸에르토리코도 자국 메이저리거를 총출동시킨다는 방침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