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꼴 보려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운 것이 아니었는데….”
대한예수교장로로회(예장) 통합 목회자들이 5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개최한 시국기도회에서 강연을 맡은 노(老)학자는 탄식과 함께 첫 마디를 꺼냈다. 주인공은 서광선(85) 이화여대 명예교수. 그는 사회개혁에 참여했던 기독교의 역사를 되짚으며 현 시국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서 교수는 이화여대 기독교학과 교수(1964∼1996)로 재직하며 박정희 정권의 삼선개헌과 유신선포에 대한 저항운동을 벌였고, 73년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도한 인권선언문 발표에도 참여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 당시 잇따른 긴급조치 발표와 민청학련 사건으로 많은 기독 청년들이 구속되거나 수배됐다”며 “이 같은 인권 말살의 시대에 책임있는 교회 지도자들이 교회의 역할을 고민하다가 시민단체와 합해 인권·민주화운동에 나서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역사를 돌아보면 나의 부친을 포함해 믿음의 선배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3·1운동을 일으키고 공산당에 맞섰으며 독재정권에 대항해 민주주의를 부르짖었다”며 “부패하고 썩어 문드러진 현재 대한민국을 본다면 그들은 통탄을 금치 못할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의 부친 서용문 목사는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만주로 망명, 한인 농민들을 위해 교회를 세웠다. 해방 후에는 북한의 고향 땅에 돌아와 다시 교회를 개척했지만 6·25전쟁이 발발했고 공산당에 대항하다 죽임을 당했다.
서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날 선 비판을 했다. 그는 “2012년 대선에서 박 대통령은 민생 대통령이 돼 복지국가를 건설하겠다고 했지만 철저히 민(民)을 무시해왔다”며 “자신의 권력이 아버지로부터 온 줄 착각하고 그 권력으로 재벌들의 돈을 빼앗고 측근의 배를 부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백성을 업신여기고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한 하나님의 분노도 크실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 교수는 그럼에도 희망이 있다고 했다. 그는 “거룩한 양심과 정의가 담긴 광장의 외침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국교회에 대해선 철저한 회개를 당부했다. 서 교수는 “독재자들을 비판하지 못하고 심지어 옹호했던 것, 최태민 같은 사이비교주가 만들어지는 것을 막지 못한 것, 기복신앙을 강조한 것 등 한국교회의 잘못도 현 시국이 초래되는 데 일조했다”며 “교회는 잘못을 자복하고 신학을 바로세워 하나님 나라 확장 및 정의구현에 힘써야 한다”고 권면했다.
글=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사진=김보연 인턴기자
“백성 업신여기고 약속 어긴 것에 하나님 분노도 크실 것”
입력 2016-12-06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