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성탄트리와 촛불… ‘불빛’은 달라도 소망은 하나 되길

입력 2016-12-06 17:30 수정 2016-12-06 21:05
크리스천 국회의원과 교계 인사들이 5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분수대 앞에서 열린 성탄트리 점등식을 지켜보고 있다. 분수대 왼쪽 뒤편으로 대통령 탄핵 촉구 시위대의 촛불 행렬이 희미하게 보인다.

“그 맑고 환한 밤중에 뭇 천사 내려와∼”

“물러가라 박근혜!”

5일 오후 6시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내 분수대 앞. 눈앞에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국회조찬기도회(회장 홍문종 의원) 주최로 마련된 ‘2016 국회 성탄트리 점등식’이 열리는 시각, 국회 정문 앞과 본청 계단에선 시민단체 회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당직자들이 각각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시위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과 교계 인사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도 “물러가라”고 외치는 함성은 그치지 않았습니다. 분수대를 아름답게 장식한 성탄 트리 불빛과 캐롤송, 멀리서 반짝이는 시위대 촛불과 함성이 빚어내는 묘한 대조는 상념에 젖게 만들었습니다.

국회는 이날 하루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국정조사가 막 시작됐고, 재벌 총수들의 출석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오는 9일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앞둔 ‘운명의 한 주’에 접어들면서 세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엄중한 시기에 열리는 성탄트리 점등식은 또 다른 의미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로 세 번째 열리는 행사인데, 국회의원 300명 중 120명(40%)에 달하는 기독 의원들의 기도와 정성이 만들어낸 산물입니다. 사랑과 공의를 몸소 보여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삶을 ‘민의의 전당’ 국회도 참여해 함께 기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점등식 직전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진행된 송년감사예배 분위기는 내내 숙연했습니다. 나라와 국회, 교회를 위한 국회의원들의 간절한 기도는 당파와 이념을 초월했습니다. ‘대한민국이 지금 겪는 시련을 지혜롭게 극복해 달라’고 100여명의 참석자들은 두 손을 모았습니다.

“험난하고 혼란한 시국 속에서 주님의 길, 의인의 길이 무엇인지 알게 해 주소서.”(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 “지금의 사태 속에서도 성탄의 깊은 의미를 깨닫게 하시며, 우리 모두 성령의 위로를 경험케 하소서.”(국민의당 조배숙 의원)

예배가 끝날 무렵 주최측은 국회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207명에게 10㎏들이 쌀 1포대씩 선물하며 성탄의 의미를 더했습니다.

국회 성탄트리는 다음 달 말까지 불을 밝힐 예정입니다. 기독 의원들이 전하는 공의와 사랑의 실천은 20대 국회 임기가 끝날 때까지 이어지길 소망합니다.

글·사진=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