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가브랜드가 추락하고 있다. ‘박근혜 게이트’가 시작된 지 두 달째,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정권, 의회, 재벌, 검찰, 언론에 이르기까지 게이트의 범위도 헌정 사상 최대이다. 초기 해외 언론이 대한민국을 두고 라스푸틴, 샤머니즘에 이어 블루 필까지 언급할 때까지도 정치적 스캔들이었다. 이후 중소기업은 수출 계약이 어렵고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 기업에 투자를 주저한다는 이야기가 들리더니, 이제는 해외 경제지와 각종 평가기관에서조차 우려를 표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는 K팝과 K드라마에 대해 온라인 불매운동이 일고 있다고도 한다. 정치적 위기가 경제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지금의 상황을 경제용어를 빌려 말하자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 보다 정확하게는 ‘박근혜 디스카운트’이다. 특정 브랜드가 실제(reality)보다 이미지(image)가 높이 평가될 때 그 차이를 브랜드 프리미엄이라고 하고, 반대로 이미지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되면 브랜드 디스카운트라고 한다.
‘박근혜 게이트’로 인해 세계 시장에서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는 신뢰를 잃었고, 원산지에 대한 불신으로 한국산 제품과 한국 기업 브랜드의 이미지가 실제보다 낮게 평가받는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장기화될 경우 국가경제가 회복 불가능한 깊은 수렁으로 빠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 10월 29일부터 시민들은 매주 토요일마다 촛불집회를 열어 평화롭게 그러나 강경하게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범죄에 대한 물적 증거가 드러났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세 차례 대국민 담화로 자신의 무고함을 주장하며 퇴진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6일에는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와 정진석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불러 대책을 숙의했다.
반성 없는 대통령의 담화가 거듭될수록 촛불집회는 전국으로 확대되었고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섯 번째 촛불집회는 232만명, 인구의 4.4%가 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왔다. 탄핵, 수사, 대선…. ‘박근혜 게이트’가 언제 어떻게 끝날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분명히 이 싸움은 길어질 것이고 그 결과와는 상관없이 단시간에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바뀌는 반전은 어려울 것이다.
국가브랜드의 세계적인 권위자라 불리는 사이먼 안홀트는 자신이 ‘국가브랜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 브랜딩은 신화이며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덧붙여 지금까지 브랜딩으로 국가브랜드의 가치를 높인 사례가 한 건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당연한 말이다. 국가는 모든 구성원의 안녕과 번영을 추구하는 공동체이자 기구이다. 그리고 우리는 국가 공동체의 구성원일 뿐만 아니라 지구라는 유한한 터전을 공유하는 인류 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상품 브랜드는 필연적으로 더 높은 프리미엄으로 소비자에게 선택받고, 이윤 극대화를 위한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배타적인 경쟁력을 추구한다. 끝없이 욕망을 부추기고, 협력은 없이 경쟁만이 있는 사회, 타인을 밟고 올라서는 사람만이 대접받는 사회, 인간도 자연도 단지 상품 생산을 위한 자원일 뿐인 세계이다. 주주만을 위한 기업, 기업만을 위한 신자유주의 정부 아래 민주주의는 항상 위태롭다.
우리는 국가를 상품처럼 브랜딩할 수는 없고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단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당분간 매주 토요일 광장에서 그리고 이후에도 일상 속에서 다함께 머리를 맞대어 ‘좋은 나라’를 구상하고 만들어가는 것뿐이다.
김윤경 계원예술대 광고브랜드디자인과 교수
[청사초롱-김윤경]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브랜드
입력 2016-12-06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