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임박한 가운데 야당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탄핵되면 곧바로 하야하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것도 현재 야권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대선 주자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놨다. 그는 5일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석해 “탄핵이 의결되면 딴말 말고 즉각 사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대통령 스스로 퇴진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야당의 유력 정치인들이 탄핵 이후 대통령 거취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러나 법적으로 대통령의 ‘선(先)탄핵-후(後)퇴진’이 가능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헌법에는 탄핵받은 대통령의 사임과 관련해 아무런 규정이 없다. 다만 국회법은 대통령을 제외한 고위 공무원에 대해서는 사직할 수 없다고 돼 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도 국회법을 유추해 대통령도 사임할 수 없다는 해석과 대통령은 가능하기 때문에 특별히 제외한 것이라는 견해가 맞서 있다. 탄핵이 가결되고 박 대통령이 사임하겠다고 할 경우 법적 논쟁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처럼 헌법상 명확지도 않은 요구를 변호사 출신인 문 전 대표가 했다면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본인도 집회에서 지지자들의 하야에 따른 조기 대선 우려에 대해 “걱정 말라. 저는 충분히 준비돼 있다”고 했다. 60일 내에 대선이 치러지면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수백만 명의 촛불민심을 등에 업고서야 탄핵을 추진하게 된 야당에서 이 같은 주장을 하는 게 염치 있는 짓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문 전 대표의 발언을 놓고 “본인의 권력 욕심만 생각하는 아집이자 반헌법적 생각이다” “대권 욕심보다 애국심을 보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금 많은 국민들은 탄핵 표결 이후의 국정 혼란을 걱정하고 있다.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이라면 혼돈을 최소화하면서 이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갈지를 고민하는 게 우선이다. 모든 정당과 정파가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수습책을 찾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런데도 사적 이익만을 노리고 무임승차하려 한다면 촛불은 이 또한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사설] 탄핵되면 즉각 사임하라는 문재인의 요구 타당한가
입력 2016-12-06 1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