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인희 단장 “자식 같은 발레단 후회 없다” 나인호 신임 단장 “한국 발레계 허브로 만들 것”

입력 2016-12-08 00:06
왼쪽부터 서울발레시어터 제임스 전 상임안무가 겸 예술감독, 김인희 단장, 조현경 신임 예술감독, 나인호 신임 단장. 이들은 지난 5일 수장 교체에 대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감을 밝혔다. 서울발레시어터 제공

우리나라 대표 민간 발레단인 서울발레시어터(SBT)가 내년부터 수장을 교체한다. 1995년 창단 이래 22년 만이다.

한국 창작발레의 대중화를 목표로 창단부터 이끌어온 김인희(53) 단장-제임스 전(57) 상임안무가 겸 예술감독 부부에 이어 나인호(46) 단장-조현경(45) 예술감독 부부가 방향타를 잡게 됐다. 한 예술단체의 운영을 부부 예술가가 잇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김 단장은 지난 5일 “20주년이던 지난해부터 새로운 리더십으로 SBT가 제2의 도약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나 신임 단장과 조 신임 감독은 창단 멤버로 오랫동안 함께해온 만큼 SBT의 이념과 가치를 이어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제임스는 앞으로도 SBT의 예술교육과 안무 등 여러 부문에서 함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나 신임 단장은 SBT 주역무용수 겸 대외협력팀장으로 활동했다. 무릎 부상으로 은퇴한 후에는 SBT가 상주단체로 있는 경기도 과천시민회관에서 공연장 운영과 행정실무능력을 키워왔다. 조 신임 감독은 주역무용수를 거쳐 2009년부터는 지도위원으로 단원 교육을 맡아 왔다.

나 신임 단장은 “SBT를 한국 발레계의 허브 같은 곳으로 만들고 싶다. 국내 좋은 안무가와 무용수들은 물론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과 자유롭게 작업할 수 있는 거점으로 만들고 싶다”면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SBT가 국내 3대 발레단이라고는 하지만 각각 국고와 종교재단의 지원을 받는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과 달리 독자적으로 생존해야 하는 만큼 늘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지난 3∼4년간 세월호·메르스 등 공연계 악재로 적자가 누적되면서 재정상황이 크게 악화됐다. 창단 이후 어떻게든 유지했던 월급제를 올들어 중단하고 공연에 따른 수당제 방식으로 바꾸면서 단원 30명, 직원 10명이던 발레단은 단원 22명, 직원 6명으로 줄었다.

김 단장은 “21년 중 3∼4년만 흑자였고 나머지는 적자였다. 누적적자 5억원은 신임 단장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나와 제임스가 떠맡았다”면서 “5억원의 빚이 남았지만 이 정도면 기적이다. SBT를 키운 세월은 힘들었을지언정 후회스럽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어 “나와 제임스에게 자식 같은 SBT가 신임 감독 부부에게도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신임 감독은 “처음엔 발레단 운영이 엄두가 나지 않아 거절했었다. 하지만 올해 남편이 다시 얘기를 꺼냈을 때 마음을 바꿨다”면서 “아내의 입장에서만 보면 남편을 말려야 했지만 SBT 단원의 입장에서 남편만큼 발레단을 잘 이끌어갈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김 단장은 퇴임 후에도 민간발레단 모임인 ‘발레STP협동조합’의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발레의 대중화에 적극 나설 예정이다. 전 감독은 한국체육대학에서 후학 양성을 하는 한편 좀더 안무 작업에 주력할 예정이다.

전 감독은 “한국발레 팬이 예전에 비해 늘었지만 여전히 많은 것은 아니다. ‘백조의 호수’ 같은 클래식 발레는 그나마 관객이 들지만 모던 및 컨템포러리 발레는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면서 “티켓이 잘 팔릴 작품만 무대에 올린다면 예술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창작발레를 바라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