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마지막은 왜 추운 계절에 찾아와 몸도 마음도 춥게 하는 것인지. 모든 것을 털어내고 맨몸으로 바람을 맞고 있는 겨울나무가 가득한 산 공기 때문인지 난방온도를 높여도 실내에 여전히 찬 기운이 감돈다.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겨울에도 얇은 7부 티셔츠만 입고 지내는 편인데, 이곳으로 이사와 처음 맞는 겨울은 너무 추워 두툼한 스웨터를 찾게 된다.
돌아가신 엄마의 옷을 정리하며, 남겨 놓은 몇 가지 중에 손수 짜신 파스텔 톤의 회색과 보라색 스웨터 두 개가 있다. 희로애락을 엮어 짜낸 삶의 궤적처럼 한 올 한 올 엄마의 손길이 닿은 것이라 남겨놓았는데, 입어보니 어찌나 포근한지 한 번 걸치면 벗기 싫을 정도다. 셀 수 없을 만큼 풀어내고 또 풀어내어도 작은 가슴에서 끝도 없이 흘러나오는 엄마의 가슴 속 사랑. 세월이 흘러도 절대 변하지 않고 멈추지 않는 그 사랑을 입은 것처럼 따뜻하다.
눈 내리는 어느 겨울, 돌아가신 엄마가 너무 추울까봐 엄마의 무덤에 이불을 덮어드렸다는 딸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마치 엄마의 사랑이 온기 가득 품은 스웨터로 찾아와 나를 덮어주시는 것만 같다. 가슴 뭉클한 그 사랑은 아직도 이곳저곳에서 진하고 멋진 향기를 풍기며 시시때때로 피어난다. 볼 수 없어 더욱 보고 싶은 사람. 파마기 오래 가라고 꼬불꼬불한 아줌마파마를 하고 어색한 모습으로 나를 맞아주시던 그날의 모습도 너무나 그립다. 때때로 지치기도 하는 내 삶에 열망이 식지 않는 것은 엄마의 기억 속에 내가 살고 내 기억 속에 엄마가 살아계시기 때문이다.
영원히 함께할 것 같았지만 생각지도 못하던 때에 갑자기 찾아온 이별. 함께 계실 때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하지 못했고 해드릴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못했다.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사람은 엄마와 함께 팔짱을 끼고 수다를 떨며 다정하게 걷는 모녀다. 사람이 더욱 그리워지는 계절. 따뜻한 새봄이 올 때까지 벗지 못할 스웨터. 지금 이 계절은 따뜻함을 품은 엄마의 것일까.
글=김세원(에세이스트), 삽화=공희정 기자
[살며 사랑하며-김세원] 엄마의 스웨터
입력 2016-12-06 1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