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하나님의 땅으로 돌아가라

입력 2016-12-06 21:13

룻기는 세 가지의 이야기로 진행됩니다. 먼저는 고향을 떠나는 잘못된 선택에서 출발하는 이야기입니다. 나오미와 그의 가족은 흉년을 면하기 위해 모압으로 피했습니다. 그런 결정을 하기까지 그들이 하나님의 뜻을 구한 모습은 볼 수 없습니다. 나오미의 남편인 엘리멜렉은 하나님의 뜻과 상관없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인간적인 판단에 의존합니다.

하지만 이방의 땅 모압으로 출발할 때 나오미의 가족 앞에 커다란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흉년과 기근이 곡식 밭에만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아모스 선지자는 영적 기근을 경고합니다. “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보라 날이 이를지라 내가 기근을 땅에 보내리니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며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요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암 8:11)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으면 삶에 큰 흉년이 찾아옵니다.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떻습니까. 은과 금 없어도 예수의 이름으로 승리했던 초대교회의 모습입니까, 아니면 예수의 이름 없이 은과 금을 자랑했던 중세교회의 모습입니까. 나오미 가족처럼 흉년의 시대로 들어선 한국교회를 다시 살리려면 말씀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는 말씀을 보내사 우리를 고치시고 위험한 지경에서 건지신다 했습니다(시 107:20). 베들레헴을 떠나 모압 땅을 헤매고 있는 것 같은 현재의 한국교회가 다시 말씀으로 돌아올 때 그 안에 새로운 회복의 역사가 일어날 줄 믿습니다.

룻기의 두번째 이야기는 고향으로 돌아온 룻과 나오미의 이야기입니다. 나오미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웃음을 찾을 수 없습니다. 그들에게 희망이 없어 보입니다. 룻기는 한 가정의 불행을 기록한 책이 아닙니다. 불행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선하신 역사와 룻의 결단을 보여주기 위한 책입니다. 룻의 결단은 룻기를 불행에서 희망의 이야기로 바꾸는 터닝 포인트 역할을 합니다. 나오미와 엘리멜렉이 과거 육적인 결단을 했다면, 룻은 영적인 결단을 했습니다.

자신을 내려놓고 하나님을 위해 과감히 결단할 때 하나님의 뜻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지금 한국교회는 개혁해야할 것이 너무 많지만 결단하기를 머뭇거리고 있습니다. 내려놓고 포기해야할 것들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리가 회복되고 교회가 생명력을 회복하려면 육을 버리고 영을 택해야 합니다.

세번째 이야기는 보리 추수가 시작되는 때의 이야기입니다. 나오미는 마을 사람들에게 슬픔을 토로합니다. 결단 한 번으로 악화된 상황이 단숨에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축복의 사간에 앞서 투쟁의 시간이 찾아옵니다. 자신, 환경, 현실과의 싸움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룻은 어머니를 따르겠다는 결단의 결과로 길고 긴 시간들을 인내해야 한다는 것을 각오했을 것입니다. 인내가 없는 결단은 공허한 것입니다.

500년 전 종교개혁도 수십 년 간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과 희생, 때로는 전쟁의 피흘림까지 이어진 사건입니다. 한국교회가 개혁을 열망하고 개혁을 결단한다면, 개혁을 위한 인내의 시간을 보내며 개혁을 위해 투쟁해야 합니다. 미지의 가시밭길을 가고자 하는 각오로 고향을 떠나 베들레헴 땅으로 들어온 룻처럼 우리도 가야 합니다. 그때 우리는 하나님의 예비하심과 역사를 만날 수 있습니다.

고일호 목사 (서울 영은교회)

약력=△장로회신학대 신학대학원 △장로회신학대 목회전문대학원 목회신학 박사 △독일 개신교 뷔르템베르크주교회 사회봉사국 협동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