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구조조정 대상으로 중소기업 176개사를 선정했다. 조선과 해운 등 구조조정 여파로 사상 최대 규모였던 지난해보다 더 많은 수의 기업이 ‘살생부’에 올랐다. 당초 예상보다는 적다는 분석도 있지만 장기 불황에 따른 양극화 심화 등 ‘부실 경보’가 중소기업으로 번지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016년 중소기업 신용위험 정기평가 결과 C등급에 71개, D등급에 105개 업체가 선정됐다고 6일 발표했다. 신용위험 평가는 신용공여액 50억원 이상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부실 정도에 따라 4개 등급(A·B·C·D)으로 분류된다. C·D등급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중소기업 수(176개)는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512개 업체가 선정된 이래 가장 많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의 평균치 137개사보다 28.5%가 늘었다.
7년 만의 최대치이지만 당초 예상했던 200개 내외보다는 적다. 지난해의 175개사와 비교해 1개사 많다. 대우조선해양 등이 포함되지 않아 비판받았던 지난 대기업 신용평가와 마찬가지로 ‘봐주기’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신용평가에 앞서 시행된 세부 평가 대상으로 지난해에 비해 100여개 업체가 더 선정되면서 구조조정 대상 업체도 현격히 늘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세부 평가 대상 업체가 많았던 건 지난번보다 평가에 포함시켜야 하는 기준 자체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번 세부 평가 포함 기준에는 자산 건전성 평가에서 완전 자본잠식으로 분류된 경우까지 새로 더해졌다. 이 관계자는 “채권은행에서 중소기업들의 특성상 개인 대주주가 많은 점 등 재무제표 이외 다른 요소도 감안해 평가를 내린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기업들 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측은 “전체적으로 양극화 현상이 심화된 측면이 있다”면서 “숫자상으로는 크게 늘지 않았지만 건실한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 간 차이가 심해졌다”고 덧붙였다.
선정된 중소기업은 대부분 제조업체다. 업종별로는 금속가공품 제조업체가 22개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전자부품 제조 업체가 20개, 기계장비 제조업체가 19개사로 뒤를 이었다. 비제조업 분야에서도 유통업체 8개, 부동산업체 7개, 스포츠서비스업체 5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됐다.
금감원은 C등급에 선정된 71개사에 워크아웃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D등급을 받은 105개 기업은 회생 절차를 거쳐 부실을 정리하게 한다. 이를 신청하지 않는 기업에는 주채권은행이 신규 여신 중단이나 만기 시 여신 회수, 여신 한도나 금리 변경 등 조치를 취하도록 돼 있다.
금감원은 이달 중 신용평가사와 공동으로 사후관리 등이 적정한지 현장점검을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협력업체 피해를 줄이기 위해 기업 간 대출 상환 유예를 독려할 예정이다.
글=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
중기 ‘살생부’에 176개社… 부실 경고음
입력 2016-12-07 0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