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공습했던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찾아 전쟁 희생자를 위령할 예정이다. 현직 일본 총리가 진주만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5일 NHK방송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오는 26∼2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하와이 진주만을 방문해 희생자를 위령한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하와이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희생자 위령 행사에도 같이 참석할 계획이다. 그는 “전쟁의 참화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면서 이번 방문을 “미래를 향한 결의를 보여주는 동시에 미·일 평화의 가치를 널리 알리는 기회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진주만을 찾는 것은 지난 5월 오바마 대통령이 원자폭탄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 성격이다. 오바마의 히로시마 방문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최초였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 함께 원폭 희생자 위령탑 앞에서 묵념하고 헌화했다.
히로시마 방문에 앞서 미국 정부가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을 제안했지만 이때 일본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 공화당 대선 주자였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진주만 공습으로 수천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은 것은 강조하며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했다.
NHK는 아베 총리의 진주만 방문이 트럼프가 대선 기간 중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과의 관계 재설정을 언급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후에도 양국 관계를 공고히 하려는 목적으로 진주만을 찾는다는 뜻이다.
일본은 1941년 12월 7일 진주만의 미 태평양 함대를 선전포고 없이 공격해 2000명 넘는 사상자를 냈다. 이를 계기로 미국이 2차대전에 본격 뛰어들었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아베, 26일 하와이 진주만 방문… 日 총리 최초
입력 2016-12-06 0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