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가천대 인천길병원 본관 1층 ‘IBM 왓슨 AI 암센터’에 대장암 3기로 진단돼 복강경 수술을 받은 조태현(61)씨가 들어섰다. 혹시 남아있을 암세포를 제거하고 재발을 막으려면 보조 항암치료가 필요하다는 의료진 판단에 따라 AI 닥터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의 진료를 받기 위해서였다. 왓슨은 의학저널 290종, 의학 교과서 200종을 비롯해 1200만 쪽에 달하는 전문 자료를 학습한 인공지능 슈퍼컴퓨터다.
의료진은 조씨의 나이, 몸무게, 전신상태, 조직 및 혈액 검사 결과, 유전자 검사 결과 등 여러 정보를 왓슨에 입력한 뒤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10초 만에 일반 항암제인 ‘폴폭스’와 ‘케이폭스’ 투여를 조씨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법으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에 의료진이 예상했던 조씨 치료 방법과 동일한 결과였다. 국내 처음 도입된 AI 진료가 성공을 거둔 순간이었다.
가천대 인천길병원은 지난 9월 IBM사의 ‘왓슨’을 암 치료에 전격 도입키로 하고, 준비 기간을 거쳐 이날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첫 진료를 무사히 마쳤다.
주치의인 외과 백정흠 교수는 “조씨가 이미 3D 복강경으로 대장암 절제 수술을 받았음을 왓슨에게 알림과 동시에 다양한 정보를 입력했다”면서 “의료진과 왓슨 모두 항암 치료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효과가 가장 뛰어난 최신 항암제들을 제시했으며 이 부분도 예상된 결과였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언론을 통해 왓슨에 대한 정보를 접했다”면서 “주치의와 여러 진료과 의사 의견, 왓슨의 제안 등을 거쳐 결정된 치료 방침인 만큼 신뢰가 가고 벌써 치료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기뻐했다.
왓슨은 2012년 미국 ‘메모리얼 슬론 캐터링 암센터(MSKCC)’에서 처음 ‘레지던트’ 생활을 하며 암 환자 진료를 터득했으며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다. 담당 의사가 암 환자 정보와 의료기록, 조직검사 결과 등 100여 가지 항목을 입력하면 학습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최적의 치료법을 찾아내 10∼20초 안에 제시해준다.
이언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매년 2배로 늘어나는 의료 정보와 최신의학 문헌을 의사가 다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데이터를 계속 업데이트하는 왓슨이 빠르고 정확한 암 치료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대장암 등 6개 암에 왓슨을 먼저 적용해 본 뒤, 내년에 전체 암의 85%로 확대할 계획이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
AI 닥터, 첫 진료 환자에 최적 치료법 내놔
입력 2016-12-06 00: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