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發 금융 위기… 지구촌 ‘먹구름’ 또 덮치나

입력 2016-12-06 00:54

글로벌 금융시장이 포퓰리즘과 반세계화 물결에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이어 이탈리아 국민투표 부결이 유럽 경제에 또다시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이번 사태가 이탈리아 은행의 줄도산으로 이어질 경우 2012년 그리스 재정위기처럼 전 세계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가 개헌 투표 패배를 시인하고 사퇴하겠다고 밝히면서 유로화 가치는 급락했다. 유로·달러 환율은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인 장중 1.0506달러까지 내려앉았다. 1달러로 1유로를 살 수 있는 ‘유로·달러 패리티(등가)’ 시대가 임박했다는 전망도 나온다. 주춤했던 달러화 가치 상승세가 이탈리아발(發) 불안 심리에 재개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24일 고점을 찍고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2원 오른 1174.6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1960선으로 후퇴했다. 7.25포인트(0.37%) 하락한 1963.36으로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는 11.61포인트(1.98%) 내린 575.12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1월 14일 이후 23개월 만에 최저치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0.82%), 중국 상해종합지수(-1.21%) 등 주요 아시아 증시도 하락했다.

다만 여론조사를 통해 투표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됐기 때문에 글로벌 금융시장의 충격은 제한됐다. 한국시간 오후 8시30분 기준 이탈리아 증시는 소폭 하락세지만 독일과 프랑스 증시는 상승세를 보였다. 8일 유럽중앙은행(ECB)이 혼란 완화를 위해 양적완화 정책을 연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지배적이다. 이탈리아 국민 70%가량이 유로존 잔류를 희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이 유럽연합 탈퇴라는 파국으로 달려갈 가능성도 낮다. 미국도 이달 예정대로 금리를 인상하겠지만, 다음해 금리 인상에는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국민투표 결과가 유럽의 연쇄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이탈리아 은행들은 현재 정부와 ECB 지원을 바탕으로 부실채권 재조정을 진행 중이다. 정치적 혼란이 은행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탈리아 은행 최대 8개가 파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었다. 블룸버그는 이탈리아 증시가 최대 20%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영국 미국을 거쳐 이탈리아로 이어진 자국 우선주의 흐름이 유럽 전역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것도 변수다. IBK투자증권 정용택 연구원은 “최근 유럽 주요국에서 극단주의 정당의 약진이 두드러진다”며 “다음해 4월 프랑스 대선에서 네오나치즘 정당의 집권을, 10월 독일 총선에서 메르켈 총리의 실각을 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럽 금융위기에 예전 같은 정책 공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금리인상 등을 앞두고 유럽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유로화 약세, 달러화 가치의 추가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한국 증시에는 명백히 부정적 요인”이라고 전망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