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민심은 다시 한번 극우 포퓰리즘을 거부했다. 이번 선거는 극우로 치닫는 유럽 정치 지형의 분수령으로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로이터통신은 4일(현지시간) 치러진 오스트리아 대통령 재선거에서 녹색당 출신의 무소속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72)이 승리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사 ORF의 예측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도좌파 성향의 벨렌은 지지율 53.3%를 기록해 46.7%에 그친 극우 자유당(FPOe) 후보 노르베르트 호퍼(45)를 누르고 사실상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투표율이 74.1%까지 치솟을 만큼 관심이 집중됐다. 벨렌은 “자유와 평등, 연대에 바탕을 둔 오스트리아의 승리”라고 환호했다.
오스트리아 대선은 이미 지난 5월 치러졌지만 부재자 투표함 개봉 과정에서 부정 의혹이 불거져 다시 실시됐다. 당시 벨렌이 3만표(0.6% 포인트) 차이로 간신히 앞섰다.
벨렌은 네덜란드계 러시아인 아버지와 에스토니아계 어머니 사이의 이민자 가정 출신이다. 녹색당에서 1997년부터 2008년까지 당 대표를 역임했다. 이번엔 중도좌파 진영과 무소속 연대 세력 후보로 나왔다.
반(反)이민, 반(反)유럽연합(EU) 구호를 내세운 ‘유럽판 트럼프’ 호퍼와 강한 EU를 주장한 ‘유럽판 오바마’ 벨렌의 대결은 세계의 이목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극우 정당 집권에 반발하는 숨은 유권자가 호퍼의 당선을 막기 위해 벨렌에게 표를 몰아줬다고 분석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오스트리아 트럼프’ 대선 패배… 중도좌파 벨렌 승리
입력 2016-12-05 18:33 수정 2016-12-06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