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상길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 “종자는 농업의 반도체… 식량안보 서둘러야”

입력 2016-12-06 04:47

“종자는 농업의 반도체입니다. 미래 먹거리를 위해 종자 연구·개발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이상길(사진)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장은 5일 국민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IMF 외환위기 때 종자 회사들이 글로벌 기업들에 매각되며 무너졌던 국내 종자시장과 농업계의 인프라를 다시 구축하고 있다”며 “머잖아 세계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1982년 행정고시 24회로 공직에 입문해 농림수산식품부 식량정책국장, 축산정책국장, 제1차관 등을 역임한 뒤 2013년부터 농기평 원장직을 맡고 있다.

2009년 설립된 농기평은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연구·개발(R&D) 기관으로 농림축산식품 분야 R&D 사업의 기획·관리·평가를 담당하고 있다. 올해 기준으로 생명기술개발, 고부가가치 식품개발, 골든시드프로젝트(GSP) 등 9개 사업에 1900억을 지원해 농식품 과학기술 육성과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핵심사업은 GSP다. 이 사업은 국내 종자산업의 기반을 구축하고 종자 자급률을 확대함으로써 2021년까지 종자수출 2억 달러를 달성한다는 목표로 농식품부·해양수산부 등이 추진하고 있다. 농업계에선 미래 국내 종자산업을 부흥시킬 프로젝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종자산업은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흑농종묘, 중앙종묘, 서울종묘 등 3대 종자 회사가 다국적 종묘회사에 매각되면서 토대가 거의 붕괴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사업은 내년 변곡점을 맞을 전망이다. 이 원장은 “지난 5년간 품종개발 등을 통해 그간 무너진 국내 종자산업의 토대를 다졌다”며 “내년부터는 유통·홍보 등 2단계 프로그램을 통해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GSP의 목표는 종자 수출이다. 농기평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GSP를 통해 200여개 품종을 개발하고 1791만 달러의 종자수출과 129억원의 국내 매출을 달성했다. 하지만 세계 종자시장은 미국 중국 유럽이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어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원장은 “진입장벽이 높다 보니 국내 종자회사들이 품종재배조차 꺼리는 경우도 있었지만 GSP를 통해 새로운 종자들이 개발되고 있다”며 “국내시장에 우선 보급하고 나아가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원장은 마지막으로 “대부분 선진국은 자국의 식량안보를 위해 농업기반을 유지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농업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바꾸고, 농식품 R&D에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