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로 막은 좌판… 스프링클러 제역할 못하고… 전통시장 화재 대책 ‘발등의 불’

입력 2016-12-05 21:27
지난달 30일 발생한 대구 서문시장 대형 화재는 좌판 등으로 막힌 좁은 시장 통로, 비효율적인 스프링클러 등 불에 취약한 전통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전통시장 화재는 큰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화재예방 시설 확충 등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최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야시장’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심야시간 화재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여전히 화재에 취약한 전통시장

5일 대구 서문시장 4지구 화재 중구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화재 당시 소방차 등 소방인력이 신고 3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진입로에 쌓아둔 물건과 좌판이 있어 소방차가 진입할 수 없었다.

스프링클러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지구 상가에는 1300여 개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 소방 당국은 화재 당시 20여분 동안 스프링클러가 작동했다고 밝혔지만 순식간에 번지는 불을 진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정부가 지난 8∼9월 전국 전통시장의 안전과 화재예방 관리실태를 점검한 결과 모두 198건의 지적사항이 발견됐다. 소화기 불량 등이 79건, 누전차단기 미설치 등 62건, 금속배관 미설치 등이 46건이었다. 울산의 경우 점포 1084곳 중 685곳에 소화기가 없거나 불량제품이었다. 충북지역 61개의 전통시장도 대부분 통로를 확보하지 않아 소방차 진입이 어렵고 점포에 소화기를 비치한 상점이 드물었다.

특히 전통시장 내 ‘야시장’에 대한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전통시장 부활을 꾀하며 3년전부터 설치된 야시장은 전국 29곳에 개장돼 성업 중이나 이동판매대들이 소방도로 등을 막고 있는데다 LP가스 등 화기(火器)를 이용하는 곳이 많다.

2년 전 개장한 전북 전주 남부시장 야시장의 경우 45개의 이동판매대가 100여m에 길게 늘어서 영업중인 가운데 하루 6000∼8000명의 인파가 몰려 화재 땐 큰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시 등 각 지자체 긴급 점검

각 지자체는 서문시장 화재를 계기로 전통시장 화재 예방과 긴급 점검에 나섰다. 서울시는 심야시간 화재를 막기 위해 전통시장 165곳에 고해상도 CCTV를 연내 946개 설치하기로 했다. 또 낡은 누전차단기와 옥내 배선 교체사업을 추진하고 전통시장 화재공제사업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날 ‘겨울철 시민안전 대책회의’를 열어 “서울에도 전통시장이 352개나 되고 쪽방이 3400여개 된다. 언제 어디서든 이런 대형 화재가 일어날 수 있으니 종합 안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전통시장 시설예산 가운데 10%를 4년간 화재예방을 위해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전통시장의 불량 공중전기선(線) 정비사업을 연말까지 마칠 계획이다. 또 강원도는 6일 강원도시가스와 협약식을 갖고 정선 고한시장과 사북시장에 각각 20개씩 가스누출 자동차단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김남중 기자, 전주=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y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