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카페] “데이터 충격 줄라”… 1㎞ 이사에 50분

입력 2016-12-06 00:01

밤 12시가 넘은 늦은 시간, 특수차량 7대가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린다. 앞뒤로 경찰차와 싸이카(경찰 오토바이)가 바짝 따라붙는다.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규모다. 중요 인물을 호위하듯 경비도 삼엄하다. 오는 8일 새벽에 서울 세종대로에서 펼쳐질 풍경이다. 호위를 받는 차량이 운반하는 것은 금융정보분석원(FIU)의 금융전산장비 등이다.

FIU는 금융위 산하 기관이다. 금융위는 지난 5월 프레스센터에서 정부서울청사로 옮겼다. 반면 FIU는 옮겨야 할 짐이 복잡해 6개월가량 이사 준비를 해야 했다.

겨우 1㎞ 남짓 이동하는데 각별한 보안이 필요한 이유는 뭘까. FIU는 수많은 금융거래 정보를 분류하고 분석해 의심 거래를 가려내는 기관이다. 가려진 정보는 법 집행기관에 제공한다. FIU의 서버에는 2000만원 이상 고액현금거래(CTR) 정보 9000만건, 자금세탁·탈세 의심거래(STR) 정보 320만건이 담겨 있다. 최근 검찰이 들여다봤던 ‘최순실 게이트’ 관련 금융거래, 대기업 자금 내역도 모두 이 서버에서 나왔다.

이 때문에 이삿짐을 나르는 데엔 특수차량 7대가 투입된다. 외부의 충격이 전산장비에 전달되지 않도록 특수설계한 차량이다. 차량의 이동속도도 상당히 느리다.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짧은 거리를 40∼50분에 걸쳐 움직일 예정이다. 데이터가 손상되지 않을 정도의 속도에 맞추는 것이다. 여기에다 엔지니어 30명이 행렬을 뒤따른다. 만일에 대비해 보상금 70억원대의 손해보험에도 가입했다.

FIU는 과거에도 두 차례 이삿짐을 쌌다. 2009년 1월 정부과천청사에서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건물로 옮겼던 게 첫 번째였다. 2013년 4월 금융위를 따라 현재 위치인 프레스센터로 이사했다. 당시 특수차량 3대와 용달차량 1대, 경찰차와 싸이카 각 2대가 동원됐었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