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업체들이 10년 이상 아성을 지켜온 TV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맹렬한 속도로 추격을 해오고 있다. 거대한 중국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몸집을 불린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까지 잠식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TV 시장 선두는 여전히 한국이다. 5일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글로벌 TV 시장 누적 점유율은 한국이 33.8%로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10년째 세계 판매 1위를 달리고 있고 올해도 11년 연속 1위가 유력하다. LG전자도 올레드 TV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제품의 인기로 2위를 지키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추격이 매섭다. 중국은 3분기까지 30.8%의 점유율로 한국을 3% 포인트까지 추격했다. 중국은 2014년과 지난해 각각 21.8%와 27.5%를 기록하며 점유율을 높이더니 올해는 30% 고지를 돌파했다.
중국 TV의 상승세는 스마트폰 시장과 흐름이 비슷하다. 인구 13억명의 막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회사를 성장시킨 후 글로벌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도 스마트폰 시장과 닮아 있다.
올 3분기까지 중국 시장에서 한국 TV의 점유율은 4.5%로 떨어졌다. 2014년 6.9%, 지난해 5.6%로 감소하더니 올해는 5%의 벽이 무너졌다. 반면 중국 업체 점유율은 84.3%까지 높아졌다. 대만 업체 점유율(4.4%)까지 더하면 거의 90%에 육박한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 시장 점유율 하락에도 뾰족한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중국 현지 업체들이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점유율 확대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가 만들지 못하는 차별화된 제품이 있어야 소비자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다”면서 “저렴하고 대중적인 제품은 중국 업체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들은 내수시장에서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러에코는 올 7월 미국 TV 제조업체 비지오를 인수하고 10월에는 미국 TV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중국 하이센스도 지난해 샤프 TV 사업을 인수하고 미국 시장 공략 강화를 천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중국 업체와 격차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퀀텀닷 SUHD TV로 프리미엄 시장 수성에 나선다. 풍부한 명암비와 더 밝은 화면을 볼 수 있는 하이 다이내믹 레인지(HDR)로 화질 차별화를 하고, 다양한 기기와 연결성을 높여 사용자 만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올레드 TV로 시장을 공략한다. 특히 다른 업체들과 함께 올레드 TV 확산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스카이워스, 콩카, 창훙 등 중국 업체들이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패널로 올레드 TV 진영에 합류했다. LG전자는 “올레드 TV 시장을 확대하는 게 현재로선 시급하기 때문에 다른 업체와 함께 시장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
3%P 턱밑까지… 무섭게 따라붙는 中 TV
입력 2016-12-06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