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직원 A씨(28)는 지난달 30일 일손을 놓고 지인들에게 연락을 돌렸다. 목적은 단 하나 ‘리브 메이트(Liiv Mate)’ 애플리케이션을 깔아달라는 것. ‘앱을 깔고 바로 지워도 좋으니 추천인에 내 사번을 입력해 달라’고 요청했다. A씨는 이날 업무를 포기한 것은 물론 퇴근 뒤에도 ‘지인 영업’을 해야만 했다.
A씨는 5일 “사장이 70건을 했으니 사원들은 100건 이상을 하라는 압박을 받았다. 그날 아침에도 출근하자마자 팀장이 몇 건이나 했는지 확인했다”고 말했다. 한 임원은 1시간 간격으로 앱 다운로드를 몇 건이나 성공했는지 물으며 독촉했다고 한다.
KB금융그룹은 지난달 21일 LG유플러스와 함께 리브 메이트 앱을 출시했다. 리브 메이트는 KB금융그룹 계열사의 금융거래나 이벤트 참여 등을 통해 포인트를 적립하고,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앱이다.
직원들은 ‘앱팔이’로 전락했다. 복수의 KB금융그룹 직원에 따르면 일부 직원은 1인당 50건 혹은 100건 등 사실상 ‘할당’을 받아 정해진 건수를 채워야만 했다. 거래처 직원이나 지인을 상대로 영업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리브 메이트의 안드로이드 앱스토어 리뷰에는 “강요 좀 그만하라” “왜 매번 직원 강요로 가입시키냐” “잘 만들면 스스로 가입하지 않겠냐” 등 ‘앱 영업’을 꼬집는 글이 올라와 있다.
금융회사의 ‘앱팔이’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7∼8월 일부 시중은행끼리 통합멤버십 경쟁이 붙으면서 직원들이 앱 영업에 나서기도 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사용하지도 않는 앱을 만들고 직원들이 영업에 나서는 일이 있다”며 “과도한 핀테크 경쟁의 한 단면”이라고 꼬집었다.
KB금융 계열사 사이에 차별 논란도 일고 있다. KB국민카드 직원 B씨는 “KB국민은행 직원들은 앱 영업이 핵심성과지표(KPI)에 포함되지만 KB국민카드는 그런 것도 없이 영업 압박만 받는다”며 “지금까지 몇 명이 나를 추천했는지 여부는 ‘경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할당량과 영업 지시가 내려간 적은 전혀 없다”며 “은행과 카드 직원 간의 차별도 없다. 은행 KPI에 앱 영업이 포함돼 있으면 오히려 은행 직원들이 더 영업부담을 느끼게 된다”고 해명했다. KB금융지주에선 200건 이상을 달성한 직원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5만원 상당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이벤트를 하고 있다.
글·사진=홍석호 기자 will@kmib.co.kr
[단독] KB금융, ‘앱 영업’ 강요·계열사간 차별 논란
입력 2016-12-0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