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國調 증인들, 실체적 진실 밝히는 엄중한 책무 명심해야

입력 2016-12-05 17:37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본격화됐다. 5일 청와대·교육부·기획재정부 기관보고에 이어 6일 청문회에 이재용 정몽구 구본무 등 대기업 총수들이 일제히 출석한다. 7일에는 최순실 차은택 김기춘 안종범 우병우 등 핵심인물이 청문회 증인으로 신청돼 있다. 이번 국정조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목전에 둔 채 열리게 됐다. 국민은 권력을 악용해 국정을 농단한 책임을 묻고 있다. 1988년 5공 청문회가 국민적 요구에 군사정권의 적폐를 다뤘듯이 국정조사는 촛불 민심에 따라 박근혜 정권의 실태를 파헤치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권력의 잘못을 주권자인 국민에게 알리는 역할에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국조 특위에 참여하는 여야 의원은 물론이고 정부와 민간의 증인들도 이 국정조사의 엄중함을 직시해야 한다. 검찰이 고강도 수사를 진행했고 특검이 이어받아 수사에 착수했다. 부정한 권력을 단죄하는 노력은 중단되지 않을 것이다. 증인들은 역사에 기록을 남긴다는 자세로, 또는 자신의 몫을 참회한다는 의지를 갖고 조사에 임하기 바란다.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이 국조 기관보고에 출석하지 않은 것은 이런 책무를 망각한 행태다. 박 실장과 류국형 경호본부장은 “경호업무 수행”을 이유로 불출석했다가 의원들의 요구가 잇따르자 오후에 류 본부장만 출석했다. 경호실은 박 대통령 ‘세월호 7시간’ 행적과 비선의료 의혹, 최순실씨 청와대 무단출입 의혹 등 국정 난맥상의 진실에 가장 근접해 있는 기관이다. 진실규명 책임을 회피하는 건 결코 용납될 수 없다. 최순실씨를 비롯한 7일 증인들도 상당수가 출석하지 않을 태세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불출석에 따른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출석통지서를 수령하지 않았다는 의심마저 받고 있다. 이 정부 사정라인의 한 축을 맡았던 인사가 ‘법률 기술’을 이용해 국민을 농락하려 한다. 국회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반드시 이들을 증인석에 앉혀야 할 것이다. 대기업 총수 9명이 나란히 청문회에 서는 상황은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내재돼 있는 후진적 면모를 보여준다. 구시대적 관행에서 벗어나 다시는 그럴 필요가 없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선 그들의 증언이 매우 중요하다. 알고 있는 진실을 숨김 없이 밝혀 구시대를 청산하는 작업에 최대한 협조해야 한다.

한광옥 비서실장 등 청와대 인사들은 기관보고에서 ‘세월호 7시간’에 대해 “박 대통령이 관저에 있었고 관저에도 집무실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청와대가 해명할수록 뭔가 숨기고 있다는 의구심은 더욱 커진다. 이래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없다. 진실 규명에 협조하는 것만이 국민적 분노를 조금이라도 달래는 길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