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잃어버린 4년… ‘모래성 근혜노믹스’

입력 2016-12-05 18:12 수정 2016-12-05 21:43

‘촛불’들의 삶이 팍팍해졌다. 박근혜정부 들어 중산층의 소득은 준 반면 주거·교육비·세금 부담은 늘었다. 파이를 키운 뒤 나눠주는 몫을 늘리겠다는 경제정책 방향은 실패했다. 그나마 적은 성장의 과실조차 고루 분배되지 못했다. 정치적 혼돈이 경제리스크를 가중시키는 상황까지 겹치면서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민일보가 2008년 이후 통계청 가계동향을 분석한 결과, 이명박정부 시절 마이너스였던 고소득층(소득 상위 80∼100%)의 실질 가처분소득은 현 정부 들어 상승세로 전환했다. 반면 소득 중간계층(상위 40∼60%)의 상승률은 급감했다. 실질 가처분소득은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전체 소득에서 세금, 이자비용 등 비소비성 지출을 뺀 것으로 소득 분배 지표 측정에 사용된다.

전체 가구의 실질소득도 지난 9월 말까지 5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 역시 고소득층은 늘고 중·저소득층만 주는 추세다. 지난 3분기 소득 상위 20%(5분위) 소득을 하위 20%(1분위)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4.81로 3분기 연속 상승했다. 배율이 높아질수록 빈부격차가 커지는 것으로 빈부격차 대표지수인 지니계수는 올해 악화될 것이 확실시된다.

최근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는 선진국과 달리 한국은 4분기 연속 0%대 성장을 기록 중이다. 올 3분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성장률은 0.6%로 전 분기(0.3%)에 비해 배로 늘었지만 한국은 0.8%에서 0.6%로 뒷걸음질쳤다. 경제 성장이 지체된 지는 오래다. 현 정부가 출범한 2013년 이후 분기 성장률이 1.0% 이상 기록한 적은 단 세 차례다. OECD는 ‘최순실 게이트’ 등을 우리 경제 하방요인으로 꼽으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보다 0.4% 포인트나 낮춘 2.6%로 예상했다.

지난 4년간 성장과 분배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으려던 정부 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서민과 중산층 소득을 늘려 경제회복을 꾀하겠다던 가계소득 증대세제는 지난해 시행됐지만 오히려 이를 기점으로 가계소득은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주거비 부담 경감 등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있던 민생 관련 지표는 개선되기는커녕 악화됐다. 일자리 창출과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성장론은 소리만 요란한 빈 수레였던 셈이다. 반면 중산층 70% 복원이라는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사라졌고, 중산층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는 커졌다. 담뱃세와 지방세 인상으로 국민 세 부담도 늘었다. 이에 비해 상위 10%의 상속세와 증여세 실효세율은 최근 3년간 감소했다.

지금이라도 경제정책의 패러다임을 가계소득 증대와 부의 불평등 완화를 통한 성장기조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탄핵정국으로 인한 국정공백은 이런 위기 경보 기능까지 마비시키고 있다. 한양대 하준경 경제학과 교수는 5일 “정치적 안정성 결여는 경제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면서 “시장과 경제주체들에게 안심할 수 있는 신호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 그래픽=안지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