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소득층은 되살아났다. 저금리로 시중에 돈이 풀리면서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상승했고, 자산소득 비중이 높은 고소득층은 쉽게 부를 늘렸다.
이와 달리 근로소득이 대부분인 중산층 이하 가구는 임금 상승률 정체로 어려움을 겪었다. 박근혜정부 들어 ‘빚내서 집 사라’는 신호에 뒤늦게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자산 가격 상승 기대감보다 가계부채 위험이 더 커졌다.
우리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이 붕괴되고 있다는 지표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올해 3분기 40대 가장의 가구 소득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국민일보가 통계청 가계동향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현 정부 들어 4년간 3분위(소득 상위 40∼60%) 가구의 가처분소득 상승률(2인 이상 도시가구 기준)은 1∼5분위 중 가장 낮았다.
중산층 70% 복원을 내세웠던 정부는 ‘무늬만 중산층’이 두터워진 것을 성과로 강조한다. 정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산층을 산정하는 방식(중위소득의 50∼150%인 가구)을 근거로 삼았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산층 비중은 67.4%다. 월 소득으로 따지면 187만∼563만원 수준이다.
그러나 이 기준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자산을 배제한 채 소득만을 기준으로 중산층을 가리기 때문이다. 자산까지 포함하면 중산층의 비중이 달라진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소득·자산 기반 중산층 측정 및 계층이동 결정요인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보면 ‘소득 중산층’이면서 ‘자산 중산층’인 가구는 전체의 20.4%에 불과했다. 반면 저소득층이면서 자산 하위층인 가구는 37.7%로 집계됐다.
정부도 통계 기준의 ‘함정’을 인정한다. 각 가구가 보유하는 자산에 주목한 정부는 2013년 5월 기획재정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연구기관 합동으로 ‘중산층 기반강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실질적인 중산층 산정 기준을 제시하고, 중산층 강화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3년이 지나도록 별다른 성과물이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5일 “중산층 TF는 2건의 연구용역 결과를 낸 뒤 활동을 마쳤다”고 말했다. KDI가 연구용역한 ‘국민행복체감지표 개발 및 중산층 추세 전망 연구’는 공개조차 하지 않았다. 홍익대 전성인 교수는 “현 정부 들어 성장률이 낮아진 거야 어쩔 수 없었다고 하겠지만 그 안에서 소득 분배를 촉진시키기 위한 정책이 너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세종=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
[멈춰선 한국경제, 성장우선주의 버려라 (상)] 임금상승 정체… ‘경제 허리’ 강화 방안 흐지부지
입력 2016-12-05 1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