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 와중에 ‘쪽지예산’ 챙긴 여야 중진들

입력 2016-12-05 17:37
400조5000억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이 통과된 가운데 여야 실세들이 선심성 지역구 예산(쪽지예산)을 올해도 살뜰히 챙겼다고 한다. 겉으로는 국가를 걱정하고 촛불 민심을 엄중히 받아들인다고 하지만 속내는 표에만 급급한 대한민국 국회의 민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정현(전남 순천) 새누리당 대표는 정부안에 없던 순천시 유·청소년 다목적 수영장 건립비 15억원을 비롯해 최소 지역구 예산으로 50억원 이상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진석(충남 공주·부여·청양)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공주 제2금강교 설계비 10억원 등 알짜 신규 사업만 최소 20억원 이상 증액했다고 한다. 경제부총리를 지낸 친박계 핵심 최경환(경북 경산) 의원의 지역구를 지나는 대구선 복선전철 사업비는 원안(590억원)보다 110억원 늘었다.

지역 예산을 챙기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추미애(서울 광진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광진경찰서 신축비 7억원을 따냈다. 박지원(전남 목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목포지원 청사 신축비 10억원 등을 얻어냈다. 이러라고 당대표로 뽑아주고 경제부총리를 맡긴 것은 아니지 않은가.

올해 예산심사는 최순실 사태가 터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졸속으로 진행됐다. 막판까지 법정시한을 지킬지 여부도 불확실했다. 이 와중에도 지역 예산을 챙기는 기민함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이들에게는 대다수 국민들의 복지는 안중에도 없었나보다. 10년 만에 정부안보다 복지예산이 줄어든 게 처음이라고 하니 그렇게 여길 수밖에 없다.

쪽지예산은 위법 논란도 있다. 부정청탁을 금지한 김영란법이 시행돼 공무원이나 기업, 국민들은 청렴사회로 가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그런데 김영란법을 만든 국회의원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뒤로 민원 청탁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국민들에게 법을 준수하라고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