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김해에서 주유소를 운영하는 굿네이버스 회원 강병수(51)씨는 ‘찾아가는 봉사자’로 통한다. 2012년 굿네이버스를 통해 해외아동 3명과 결연한 후 매년 여름 굿네이버스 해외사업장으로 떠난다. ‘좋은 이웃 특별한 여행’이란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해외사업장을 둘러보고 결연아동의 집 방문, 지역학교 교육봉사 및 체육대회 개최 등 봉사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국내서는 ‘좋은 이웃 특별한 하루’ ‘나눔 원정대’란 이름으로 강원도 아동복지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펼쳤다.
나눔에 관해서라면 할 말이 많다는 그를 지난 1일 서울 영등포구 굿네이버스 본부에서 만났다. 강씨는 “나같은 사람도 봉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봉사활동에 빠져 있었다. 봉사를 ‘특별한 계기가 만들어준 선물’이라고 정의할 정도다. 23년 전, 조기축구회에서 함께 공을 차던 후배를 대신해 하루 버스 운전을 한 적이 있었다. 진주수목원이라는 목적지만 알았지, 누구를 태우고 가는지는 전혀 몰랐다. 운전석에 앉아서야 장애인들이 나들이 가는 것임을 알게 됐다.
“얼마 가지도 않았는데 장애인분들이 화장실 가고 싶다, 멀미를 한다며 쉬었다 가자고 하는 겁니다. 운전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분들이 승하차할 때마다 휠체어를 들어드리고 급할 땐 화장실까지 업고 뛰어야 했습니다. 수목원에 가서도 휠체어를 밀고 정말 쉴 틈이 없었지요. 후배한테 전화해 얼마나 욕을 했는지 모릅니다.”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났을까. 마트에서 전동휠체어를 탄 할머니가 다가와 ‘그날 고마웠다’며 인사를 했다. 며칠 뒤에는 목발을 짚고 횡단보도를 건너던 노부부가 요구르트와 빵까지 건네며 그에게 감사인사를 건네는 게 아닌가. 그날 밤 잠을 이룰 수 없었다고 한다. ‘짜증내며 운전한 내게 뭐가 그리 고마운 걸까.’ 너무 부끄러웠다는 강씨는 이튿날 김해시장애인종합복지관을 찾았고 매주 화요일 목욕봉사를 하는 것으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들을 제대로 돕고 싶어 가야대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공부도 했다.
굿네이버스를 통해 아동 결연을 한 뒤로는 2013년 과테말라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탄자니아 등 해외 사업장 4곳을 다녀왔다. “지난해 방글라데시에서 몬주라는 굿네이버스 현지 직원을 만났습니다. 결연아동이었는데, 어느새 잘 성장해 자신을 후원해준 단체에서 직원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더라고요. 후원자로서 얼마나 큰 보람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의대생이 된 결연아동 집도 방문했다. “어려운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한 학생도 자랑스러웠지만 개인적으로 여덟 살 위의 형에게 마음이 쓰였습니다. 동생이 학업을 마칠 때까지 결혼을 미룬 채 열심히 돕겠다고 하더군요. 훗날 동생이 의대를 졸업하면 자신들을 후원해준 굿네이버스와 연계된 병원에서 봉사하고 싶다는 바람도 전했습니다.”
굿네이버스 해외 사업장에서 만난 아이들은 하나같이 꿈을 키우고 있었다. 의사, 교사, 축구선수, 굿네이버스 직원…. 강씨는 “얼마 안 되는 후원금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먹이고 입히는 것은 물론 그 가족과 나아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굿네이버스 사역에 큰 감동을 받았다”며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후원금이 사용되는 현장을 직접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지난 여름 아내와 함께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다녀온 뒤 탄자니아 희망학교의 스쿨버스 지원을 위해 2000만원을 기부했다. 굿네이버스 고액기부자 모임인 더네이버스 클럽에도 등재될 예정이다.
그는 한 달이면 14일 정도는 봉사하며 시간을 보낸다고 했다. 목욕봉사, 무료급식, 도시락 배달, 청소년 상담 외에도 사업장인 주유소 옆에 다문화카페 ‘통(通)’ 2호점을 개설해 돕고 있다. 다문화가정과 김해시노인종합복지관 등을 매달 후원하고, 결손아동 급식비와 독거노인 난방유도 지원하고 있다. 강씨는 올해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보건복지부장관상과 대한민국 재향경우회 회장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눔은 시간이 많고 돈 많은 부자들이나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게 특별한 계기가 주어져 봉사활동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제 이야기가 다른 분들에게도 봉사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장소와 여건이 되면 노력봉사든 기부든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몇 번 하는 건 체험이고, 계속 하는 게 봉사입니다. 강병수도 하는데, 여러분도 할 수 있습니다.”
‘사업하는 아버지’보다 ‘봉사하는 아버지’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는 이날도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다문화가정을 돕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다.
글=노희경 기자 hkroh@kmib.co.kr, 사진=강민석 선임기자
[기부, 좋은 변화의 시작] “노력봉사든 기부든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입력 2016-12-06 2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