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근(70) 전 천안함재단 이사장은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재단을 관리했다. 재단 자산을 2억여원 늘리고 물러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 전 이사장은 2010년 12월 1일 설립된 천안함재단 초대 이사장을 맡아 6년간 헌신하다 지난달 30일 임기를 마쳤다.
조 전 이사장은 조국을 위해 목숨 바친 ‘영웅’들을 기리고 전우와 사랑하는 아들을 잃은 유족과 생존 장병을 위로하는 숭고한 일에 매진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축복이었다고 했다. 아픔도 적지 않았다. 선의를 왜곡하는 이들의 무책임한 비방이 때로 그를 곤혹스럽게 했다. 기독교인인 그는 최근 신약성경 갈라디아서 6장 9절을 깊이 읽었다고 한다. “선한 일을 하다가 낙심하지 마십시오, 포기하지 않으면 때가 이르면 거두될 것입니다.” 그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재단을 운영해 왔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전후로 천안함재단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알려져 억울했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천안함재단 6년간 역할을 평가한다면.
“천안함 사망 46용사를 기리고 유족들을 위로하고 지원하며, 생존 장병을 돕고 국민 안보의식을 높이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 천안함 사건은 잊혀지면 안 된다. 재단은 천안함 사건을 기억하고 조국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이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일에 매진해 왔다. 성과는 적지 않았다.”
-어떤 일이 가장 힘들었는가.
“억측들이었다. 3년 전 내 책을 해군에 기증했다. 당초 해군 요청으로 재단 이사회가 검토해 기증했는데, 오해 소지가 있어 내 돈으로 구입해 기증했다. 천안함재단 목적사업의 하나로 안보강연을 해왔다. 경비는 내가 지불했고 강의료는 전액 사회복지단체에 기증했다. KBS 사장 퇴직 시 황금열쇠를 선물한 것은 KBS가 천안함 성금모금에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었다. KBS는 한 달간 특별방송을 편성했고 3년간 KBS 별관에 재단 사무실을 저렴한 비용으로 쓸 수 있도록 해줬다.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재단기금은 단 한 푼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 대외활동이나 사무국 직원 명절선물 등은 자비로 했다. 나와 재단 임직원들이 흥청망청 썼다면 6년 전 146억원이었던 기금이 현재 148억원으로 불어날 수 있겠는가.”
-유족 지원과 함께 생존 장병들 지원도 많이 했다.
“당시 전사자와 유족에 대한 관심은 컸지만 생존 장병들은 죄인처럼 위축돼 있었다. 이들도 희생자였다. 합동수사본부에서 6개월간 조사를 받았고 ‘왜 살아왔느냐’는 소리도 들었다. 재단은 그들도 ‘영웅’이라고 불렀다. 유족들은 천안함 성금에서 5억여원씩 받았다. 생존 장병 58명에게는 격려금 500만원씩을 지급했다. 이들과 재단 이사들을 연결해 교류하는 멘토링제도 실시했다. 아직도 생존 장병들은 부담감을 갖고 있다. 한 부사관은 아들 생일이 천안함 폭침일인 3월 26일인데, 매년 국립대전현충원 추모행사에 참석한다. 그에게 ‘자네는 아들 생일을 챙기시오’라고 했지만 그는 여전히 그날 대전에 온다. 국민의 위로와 격려가 더 필요하다.”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지키는 장병들도 배려하고 있는데.
“열악한 환경에서 조국 수호의 임무를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장병을 격려하는 것도 천안함재단의 일이라고 생각한다. 부지런히 안보 특강과 힐링 강연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달 말에는 자비 1600만원을 들여 해군 전탐감시대에 북카페를 만들었다. 6개월간 모은 연금과 500여권의 책을 기증했다. 차를 마시고 토론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다양한 동아리 활동도 할 수 있다.”
-해군과의 인연은 이어가는가.
“‘명예해군 12호’이다. 지난 71년간 명예해군으로 위촉된 사람은 18명에 불과하다. 그만큼 영예롭게 생각한다. 해군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것이다. 특히 천안함 생존 장병 7명의 멘토로 이들이 건강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세무사협회장으로 회원 1만명이 모은 성금 2300만원을 KBS에 기탁하러 갔다가 예기치 않게 천안함재단 초대 이사장이 됐다. 하나님께서 맡기신 일이라고 생각했다. 운영하고 있는 세무법인의 매출액 1%를 장학재단에 기부하고 있고 5년 전부터는 중증 장애인 재활지원사업도 하고 있다.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갚는 가장 좋은 길이라 생각했다.”
-천안함 재단 후임 이사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천안함재단은 그 어떤 재단보다 투명하게 운영돼 왔다. 코흘리개 초등학생들까지 동참한 국민 성금으로 조성됐고 조국을 위해 피 흘린 젊은이들의 희생을 기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 전통이 아름답게 이어지길 바란다.”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
[인人터뷰] 조용근 전 천안함재단 이사장 “천안함 희생 기억돼야… 재단 운영 투명성에 자부심”
입력 2016-12-05 18:37 수정 2016-12-06 0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