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저녁노을을 서서히 삼키는 시각, 공군 특수부대 CCT(Combat Control Team·공정통제사) 요원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낙하산, 야간투시경, 헬멧, 고도계, K-1 소총 등 장비를 최종 점검한 이들은 C-130 수송기에 몸을 싣는다. 이내 소수정예 CCT 요원들을 태운 수송기는 차가운 밤공기를 가르며 활주로를 차고 오른다. 지난달 28일 경남 김해 공군 제5공중기동비행단 주기장은 전시 상태를 실감케 했다.
이륙 후 얼마가 지났을까. 강하 20분 전을 알리는 강하조장의 수신호에 따라 CCT 요원들은 각자 점프에서 착지까지 모습을 반복적으로 이미지트레이닝한다. 자유강하 후 낙하산을 펴고 안전하게 낙하지점에 도달해야 한다. 수백번 점프를 성공한 이들에게도 야간 고공강하는 늘 긴장의 연속이다.
조종사는 고도를 6000피트까지 올렸다. 강하 10분 전 수송기 내 적색등이 켜지고, 강하 6분 전 수송기 후문이 열렸다. 강하 1분 전 강하조장은 낙하지점과 풍향, 풍속 상태를 대원들에게 알리고 등을 두드리며 격려했다. 마침내 낙하지점인 낙동강 중상류 사구지역에 도착하자 CCT 요원들의 강하를 알리는 ‘그린라이트’ 교신이 조종사에게 전해졌고, 동시에 수송기 실내에 녹색등이 켜졌다.
“뛰어!” 강하조장의 외침에 대원들은 한 치의 주저함 없이 도시의 불빛과 암흑이 교차하는 지상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수송기는 요원들이 모두 무사히 목표지점에 하강한 뒤 야간훈련에 돌입했다는 교신을 한 후 귀항했다.
CCT의 하반기 야전종합훈련은 이날부터 지난 1일까지 김해와 포천 등지에서 실시됐다. CCT는 적진에 가장 먼저 침투하고 가장 늦게 퇴출한다(First there, Last out). 붉은 베레로도 불리는 이들 특수요원은 유사시 활주로와 관제 시설이 갖춰지지 않은 적진에 신속하고 은밀하게 침투한다. 각종 지상 장애물의 정보와 기상정보 등을 수집한 후 아군의 수송기에 정확한 낙하 위치정보를 제공하고 병력과 물자가 투하될 지점의 안전을 확보하는 것이 주 임무다. 전쟁 발발 시에는 타군과 협력해 다양한 특수작전도 수행한다.
CCT 요원들은 고유임무인 항공관제뿐만 아니라 공중 및 수상 침투, 장애물 제거를 위한 폭발물 설치 등의 능력도 갖추고 있다. 이를 위해 공군 항공관제 교육을 비롯한 고공낙하, 스쿠버, 통신, 폭파 및 야전 기상관측 등 강도 높은 제반 특수훈련을 반복한다.
대한민국 공군의 CCT는 베트남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미 공군 CCT를 모델로 1978년 4월 제5전술공수비행단 예하 중대급 규모로 창설됐다. 2000년에는 동티모르 한국군 수송기 관제를 수행했고, 2005년에는 쿠웨이트 다이만 부대에 파병돼 항공호송 및 경호·대테러 임무를 완수한 바 있다.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지난 2월과 10월에는 한·미 공군이 ‘한·미 공정통제사(CCT) 연합훈련’을 최초로 실시해 실전 전투기량을 향상시켰다.
400회 이상 강하 경력을 가진 서원종(42) 원사는 “최정예 CCT 요원이 되기 위해서는 1년간의 자체 훈련은 물론 육군 특전사, 해군 UDT, 해병대 등 타군 특수부대 훈련도 함께 받는다”며 “강도 높은 훈련을 바탕으로 어떠한 임무도 완벽히 수행해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국가가 혼란스러워도 이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다. 실천처럼 훈련에 임해 자신들이 가장 사랑하는 조국이 임무를 맡기면 언제든 명예로운 삶을 선택하는 일이다.
김해 창녕=글·사진 곽경근 선임기자 kkkwak@kmib.co.kr
[앵글속 세상] 적진에 가장 먼저 침투하는 '붉은 베레'
입력 2016-12-06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