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의사입니까, 최고의 의사입니까.”
SBS 월화극 ‘낭만닥터 김사부’(이하 낭만닥터)에서 반복되는 이 질문은 작품의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환자에게는 권력과 명예를 거머쥔 ‘최고의 의사’보다는 의술은 곧 인술(仁術)이라는 점을 체득한 ‘좋은 의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낭만닥터는 이런 메시지를 속도감 넘치는 스토리에 녹여내며 예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시청률 조사기관인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7일 처음 전파를 탄 낭만닥터의 첫 회 시청률은 9.5%밖에 안 됐다. 하지만 입소문을 타면서 시청률이 꾸준히 상승했고, 급기야 지난달 29일 방영된 8회 방송분 시청률은 21.7%까지 치솟았다. 20%는 ‘대박 드라마’의 척도로 여겨지는 수치다.
제작진은 인기작의 모든 요소를 갖춘 점이 흥행 요인이라고 자평했다. 한정환 총괄프로듀서(EP)는 본보와 통화에서 “각본 연출 연기 등 이른바 ‘작품의 3요소’가 전부 좋은 게 인기 비결일 것”이라며 “특히 배우들의 호연(好演)이 돋보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낭만닥터의 이야기는 외과의사 강동주(유연석)가 ‘VIP 환자’ 수술에 실패해 지방의 돌담병원으로 좌천되면서 시작된다. 강동주는 이곳에서 이른바 ‘김사부’로 불리는 천재의사 부용주(한석규)를 만나고, 과거 호감을 지녔던 동료 윤서정(서현진)과 교감하면서 의사의 사명을 되새기게 된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 작품을 둘러싼 평가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특히 의학 드라마의 문법을 그대로 답습했다는 지적이 많다. 급박하게 돌아가는 수술실 풍경, 환자들의 각양각색 사연, 병원을 둘러싼 의사들의 권력 투쟁, 주인공들의 로맨스…. 수많은 의학 드라마에서 봤던 진부한 장면들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개연성이 떨어지는 에피소드도 적지 않다. 특히 8회 방송분에서 흉기를 든 조직폭력배가 병원에 쳐들어와 수술을 받고 있는 환자를 죽이려고 드는 장면 등은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낭만닥터는 스타들이 대거 캐스팅된 데다 ‘제빵왕 김탁구’(2009) 등을 집필한 강은경 작가의 작품이어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었다. 하지만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도 없지 않았다. ‘태양의 후예’(KBS2) ‘닥터스’(SBS) ‘W’(MBC) 등 주인공이 의사인 드라마가 올해 너무 많이 쏟아져 나와 시청자들이 피로감을 느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드라마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의학 드라마의 정형화된 패턴을 그대로 가져온 탓에 개인적으로는 큰 재미를 느낄 수 없다”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갖춘 의사들의 모습이 매력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건 부인할 수 없다. 시청자들도 이런 의사들 모습에서 감동을 받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리뷰-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인기 급상승] 진부하지만 재미있다
입력 2016-12-07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