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人터뷰] 남경필 경기도지사 “朴 대통령, 죄 지었으면 반드시 법의 처벌 받아야”

입력 2016-12-07 04:08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9일 국민일보 논설위원실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국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처리한 뒤 정치적 해법 마련에 나서는 것이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탄핵안 정국이 끝난 뒤 자유와 공유 가치에 중심을 둔 새로운 정당 창당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동희 기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거침이 없었다. 남 지사는 지난달 29일 국민일보 논설위원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탄핵과 개헌, 대선 출마 등 정치 현안에 대해 트레이드마크인 속도감을 가미해 자신의 견해를 피력했다. 남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먼저 처리하는 게 순리”라며 “탄핵은 법치에 기초한 질서 있는 퇴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반성 없는 새누리당에 대해선 사망 선고를, 야당엔 대안 없는 정당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인터뷰 이후 상황들에 대한 답변은 통화와 서면을 통해 보충했다.



-지금 박 대통령을 만난다면.

“솔직히 만나고 싶지 않다. 그러나 박 대통령을 만나면 ‘조건 없이 물러나십쇼’라고 얘기해 주고 싶다. 박 대통령이 조건 없이 물러나면 나머지 문제는 저절로 정리된다.”

-조건 없는 퇴진의 의미는.

“그냥 시한을 딱 정해서 물러나면 되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 정치권이 이후 새로운 총리를 뽑기 위해 협의하고 여의치 않으면 황교안 총리 체제로 가면 된다. 대통령이 걱정할 문제가 아니다.”

-‘4월 퇴진, 6월 대선’에 대한 입장은.

“새누리당이 당론으로 채택한 ‘4월 퇴진’은 옳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난다는 것을 누가 믿겠는가. 대통령은 검찰 수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는 약속도 저버렸다. 검찰 수사를 거부했듯이, 그때 가서 퇴진을 거부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통령은 이미 신뢰를 잃었다.”

-비박계가 9일 탄핵에 참여하기로 했는데.

“당연한 결정이다. 여야가 박 대통령의 정치적 퇴로를 모색하려면 탄핵안을 통과시킨 후에 하면 된다. ‘선(先) 탄핵 후(後) 정치적 해법 마련’이 국가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 탄핵은 국가에 주어진 역사적 책무로서 이를 못하면 국회나 새누리당은 없다. 그러나 탄핵안 가결 여부는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만약 친박계가 탄핵안 표결에 빠지면 공개 투표가 되는 상황에서 비박계 중 누가 자신 있게 본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재의 새누리당을 평가해 달라.

“새누리당은 잘못을 잘못으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치적 생명을 다했다. 새누리당은 탄핵 역풍도 겪었고 차떼기도 겪었지만 그때마다 살아났다. 납작 엎드려서 변명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잘못했다는 말이 없다. 새누리당이 잘못을 인정하고 행동을 보여야 하는데 전혀 없다. 새누리당은 숨은 쉬고 있지만 실제론 죽은 상태다. 친박계는 조금이라도 국가와 역사를 생각한다면 지금과 같은 행동을 그만두고 국가와 당을 위한 일에 스스로 자숙할 것을 요청한다. 자신들의 생존만을 위해 지금 하고 있는 정치적 범죄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청한다.”

-추가 탈당 의원이 없는데.

“요즘 의원들은 말하는 것만 가지곤 판단할 수 없다. 말하는 것만 보면 암호 해독보다 더 어려울 때가 많다. 특히 개혁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중에 암호문 같이 얘기하는 의원들이 늘고 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 여부는 현재로선 중요하지 않다. 탄핵안 처리에 역량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

-야당은 문제가 없나.

“대안을 내놓지 않는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이 저럴 수 있는 것도 야당이 합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정치적 해법을 이미 내놓았으면 굳이 탄핵으로 가지 않아도 됐다. 야당이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니까 탄핵이라는 외길에서도 우왕좌왕하는 것이다.”

-문재인 전 대표의 대통령 사면 시사 발언은.

“문 전 대표의 언어를 일반 국민들이 이해를 못하고 있고, 나도 그것을 전혀 이해할 수가 없다.”

-사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말인가.

“당연하다. 이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왜 국민들이 분노하느냐는 점이다. 아버지의 직업이나 재산에 따라 아이들의 미래가 정해지고, 대통령이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기 때문에 정의롭지 못하다는 말이 나온다. 대통령도 법을 어기고 죄를 지으면 반드시 법의 처벌을 받도록 해야 한다.”

-문재인 대세론을 평가한다면.

“탄핵 국면이 지나고 나면 문재인 대세론은 곧바로 깨지게 돼 있다. 문 전 대표는 대안도 없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개헌도 반대하고 자기가 다하겠다고 하는데 확신을 못 주고 있다. 이회창 전 신한국당 총재의 데자뷔인 듯하다. 내가 이 전 총재를 모셔봐서 잘 안다. 문 전 대표가 싱크탱크에 500명의 이름을 올렸는데 정말 구식이다. 문 전 대표에겐 지금 힘이 있다. 그럼 본인이 뭘 하겠다고 얘기하면 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다.”

-개헌에 대한 생각은.

“개헌은 권력 분산이다. 권력 분산은 투명성이다. 정파가 다른 사람들이 만나서 의사 결정을 투명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면 된다. 현재는 권력이 너무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다. 여기에다 박 대통령의 아주 독특한 캐릭터까지 겹쳐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에 청와대에서 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박정희 시대에서 못 벗어났다. 사회생활을 아주 제한적으로 하고 그마저 대부분을 최순실씨와 함께하면서 비극이 빚어진 것이다.”

-대선 출마 선언은 언제쯤 하나.

“탄핵 국면에선 탄핵에 집중하고, 탄핵이 끝나고 포연이 가라앉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 대선 이야기해봐야 아무도 관심 없다. 사람들은 휘슬이 불리면 대선주자들이 그동안 뭘 어떻게 준비했고 어떤 사람들이 함께하는지 보게 될 것이다. 국민들은 가치와 지향점을 볼 것이다. 국민들이 새롭게 보는 사람들과 같이하면 된다. 저는 그 작업을 하려고 한다. 되도록 현재 정치권에 몸담지 않은 사람들부터 접촉할 계획이다.”

-새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는.

“원론적이지만 개개인의 행복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국가가 부강해지는 것은 다음 문제다. 개인이 행복해지면 사회가 건강해지고 국가도 부강해진다는 개인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다. 보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다. 자유와 시대정신인 공유(共有)를 접목해 나갈 생각이다. 관련 정책들은 경기도지사를 하면서 이미 실천하고 있다.”

-어떤 정책에 주안점을 두고 있나.

“구체적인 정책은 시민들을 괴롭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맞출 계획이다. 일자리 부족을 제일 먼저 해결해야 한다. 사교육 문제도 어렵다. 사교육 철폐 여부는 만약 내가 대통령에 당선이 된다면 국민투표에 부칠 생각이다. 학원 등의 문제는 공교육 플랫폼에 흡수해 나가면 된다. 집값과 대출이자 문제 등 실생활과 관련된 문제 해결에 집중할 계획이다. 아이 낳기 좋은 아파트를 지을 생각이다. 경기도에서 이미 하고 있다. 아이를 한 명 낳으면 임대보증금의 50%를 내주고 두 명 낳을 경우 100% 내주는 방식이다.”

-‘블록체인’ 구상이 있다는데.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있어서 차세대 금융시스템의 근간이다. 인터넷 위에서 모든 산업의 결재와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이뤄지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블록체인을 저희 정당의 구조에 도입하려 한다. 장점은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고 돈이 별로 안 든다는 것이다. 비밀투표가 완벽히 보장되고 실시간 투표도 가능하다. 스위스가 일부 도입해 실시하고 있다. 대의민주주의는 지금 한계를 보이고 있다. 현재의 대의민주주의는 완전히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이라도 비슷하면 표결하는 수밖에 없다. 기술 발전에 비해 국민들의 이해를 제대로 반영해 주지 못하니까 촛불이 나오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정당 시스템으로 깔면 모든 의사결정을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하면 광장에 나온 사람들의 의견을 순식간에 반영할 수 있다. 그들이 원하는 법안을 언제든 알 수 있고, 언제든 입법할 수 있다.”

-정당은 어떻게 운영할 생각인가.

“새누리당 탈당 인사들이 몇 가지 합의한 게 있다. 첫째, 여기에는 대장이 없고 모두가 동등하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람 가운데 조금 앞서가는 사람이 리더를 하면 된다. 둘째, 아이폰 전략으로 가기로 했다. 우리가 휴대전화를 사달라고 구걸하지 말고 우리가 잘 만들어 줄서서 사게 만들자는 것이다. 셋째, 조급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현재의 정치권과 완전히 다른 사람과 다른 용어로, 다른 행동 양식으로 하는 것인 만큼 쉽지는 않다. 그러나 이 원칙들을 계속 추구할 생각이다.”

-남 지사 스타일에 찬반이 엇갈리는데.

“반응이 빠르고 가볍고 속도감 있는 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아무리 내가 포장해도 안 되는 것은 안 되는 것이다. 그냥 그 길로 쭉 갈 것이다. 국민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개개인의 판단 문제다. 진중하게 말하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많이 비교하는데 각자 스타일대로 가면 된다. 바꿀 생각은 전혀 없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남경필(51) 경기도지사는 연세대학교 사회사업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제14, 15대 국회의원을 지낸 고(故) 남평우씨의 장남이다. 부친이 사주로 있던 경인일보에서 3년여 동안 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남 지사는 1998년 부친이 국회의원 임기 중 갑작스레 사망하자,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19대 국회까지 지역구에서만 내리 5선을 기록했다. 정계에 입문한 뒤에는 당내 소장파 모임인 '미래연대'를 결성하는 등 여권 내 개혁파로 활동하며 혁신에 힘써 왔다. 2002년 당권과 대권 분리를 놓고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와 설전을 벌일 정도로 '할 말을 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의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법안으로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을 꼽았다.

남 지사는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경기도지사로 당선된 뒤 공약 사항이던 '연정' 카드를 실현하며 주목을 받았다. 도의회 다수당인 야당에 사회통합부지사직을 양보하면서 정책연합을 이끌었다. 올해 10월 2기 연정을 성공적으로 출범시키며 '연정 전도사'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전까진 모병제를 주창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장으로서의 한계를 딛고 중앙 정치 무대의 이슈메이커로도 맹활약 중이다.

지난달 새누리당을 탈당한 남 지사는 "지금이 대한민국 리빌딩을 위한 골든타임"이라며 자유와 공유를 자신이 추구하는 제1 가치로 내세우고 있다.















yskim@kmib.co.kr, 사진= 이동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