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 누른 ‘얼음 왕자’

입력 2016-12-04 21:05
윤성빈이 4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2016-2017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힘차게 스타트를 하고 있다. AP뉴시스
윤성빈(22·한국체대)은 불과 4년 전만 해도 평범한 체대 준비생이었다. 그런데 서울 신림고 3학년이던 2012년 6월 뛰어난 운동신경을 눈여겨본 체육 선생님이 그를 한국 썰매의 개척자인 강광배 한국체대 교수에게 소개시켜줬다. 윤성빈은 체육 입시에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난생 처음 보는 스켈레톤을 탔다. 강 교수와 함께 3개월 동안 연습에 매달렸다. 타고난 운동실력과 근력을 가졌고, 기술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그리고 그해 9월 한국에서 열린 제1회 스타트 챔피언대회에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꺾고 우승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윤성빈의 성장은 무서웠다. 2013년 세계랭킹 70위였지만 이듬에 22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지난해에는 5위가 되더니 올해는 2위가 됐다. 특히 올 2월 2015-2016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 7차 대회에서 아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월드컵 금메달을 따낸 데 이어 같은 달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아시아 선수 최초 은메달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뤘다. 다른 선수들도 그를 눈여겨보기 시작했다. 윤성빈이 사용하는 호랑이연고를 많은 외국 선수들이 그를 따라 사용하고 있다는 에피소드도 나왔다.

2016-2017시즌은 윤성빈의 해가 될 전망이다. 윤성빈은 4일(한국시간) 캐나다 휘슬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 남자 스켈레톤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1분45초86으로 금메달을 땄다. 특히 거대한 장벽이자 우상이었던 세계랭킹 1위 마르틴스 두쿠르스(32·라트비아)의 벽까지 무너뜨렸다. 두쿠르스는 4위에 그쳤다. 두쿠르스는 10년 가까이 세계랭킹 1위를 지키고 있는 스켈레톤의 절대강자다. 지난 시즌에는 8차례 월드컵대회에서 금메달을 무려 7개나 휩쓸었다. 윤성빈도 “정말 두쿠르스를 좋아하는데 그 선수는 경기장에서 나한테 인사도 안 해준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금메달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윤성빈은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할 수 있어 너무 기쁘다”며 “앞으로 있을 대회에서도 이번 대회처럼 계속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