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예쁘장한 소년이구나’ 했다. 사슴 같은 눈망울이 한없이 선해 보였다. 그 안에 이런 뜨거움이 끓고 있었을 줄이야. 아이돌 꼬리표를 떼어낸 배우 최민호(25)가 보여준 반전이란 자못 놀라웠다.
스크린 주연 데뷔작 ‘두 남자’에서 최민호는 그동안의 반듯한 이미지를 모두 벗어던졌다. 가출청소년 무리의 리더 진일 역을 맡아 비행(非行)의 끝을 보여줬다. 술·담배는 기본, 싸움박질하거나 경찰에 쫓기는 게 일상이다. 잔뜩 피멍이 들고 퉁퉁 부은 얼굴로 거의 매 장면 등장한다.
더 놀라운 건 그가 꽤 훌륭한 연기력으로 이 모든 걸 소화했다는 거다. 지난달 30일 영화 개봉 이후 한결같은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요즘 최민호는 싱글벙글이다. ‘연기 잘한다’는 칭찬에 얼굴이 발개지도록 기뻐하는 그를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아하하. 솔직히 정말 기뻐요. 노력을 인정받은 것 같아서요. ‘지금까지 열심히 해온 게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도 들고….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에요. 한편으로는 ‘앞으로 또 어떤 모습을 보여드려야 되나’ 걱정이 되긴 하지만, 일단 기쁜 마음이 우선이에요.”
바른 생활 사나이인 최민호는 사실 진일을 100% 이해하기 어려웠다. 본인과 닮은 구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좀 의아했어요. ‘왜 나를 캐스팅했지? 나에 대해 잘 모르시나?’ 싶었죠. 그러다 궁금해졌어요. 스크린 속 내 모습이 과연 어떨지. 너무 달라서 오히려 더 끌린 것 같아요.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기회라고도 생각했죠.”
최민호는 고등학생이던 2008년 그룹 샤이니 멤버로 데뷔했다. 시작부터 뜨겁게 주목받았다. 데뷔곡 ‘누난 너무 예뻐’가 히트하면서 단숨에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의 원래 꿈은 배우였다. 소속사의 권유로 시작한 가수 활동은 곧 슬럼프로 이어졌다.
“데뷔하고 나서 사춘기가 왔던 것 같아요. 사춘기이자 슬럼프였죠. 연습이 충분치 못한 상태로 데뷔를 했기 때문에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많이 없었어요. 원래 밝은 성격인데, 점점 어두워지고 낯도 가리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첫 번째 콘서트를 하고, 혼자 예능이나 드라마에 나가면서 점점 나아졌어요. ‘잘 해야 된다’는 생각에 저를 몰아가면서 극복해나간 것 같아요.”
드라마 ‘아름다운 그대에게’(SBS·2012)로 본격적인 연기를 시작했다. 초반에는 혹평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최민호는 “내 문제가 무엇이고, 어떤 점이 부족한지 혼자 생각을 많이 했다”며 “고민 끝에 스스로 해답을 찾았다”고 얘기했다.
“인간 최민호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드려야 되는데 자꾸 완벽하고 멋있는 이미지를 추구했던 것 같아요. 그건 내가 잘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왜 꾸며낸 이미지를 좇았었나’라는 걸 깨닫고서 많이 바뀌었어요. 이제는 연기가 좀 더 편해졌고, 새로운 모습도 표현할 수 있게 됐어요.”
최민호는 “천천히, 단단하게 걸어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20대 때는 일단 다양한 걸 해보려고요.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뿜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관객들이 제 작품을 봤을 때 좋은 에너지를 전달받았으면 좋겠어요.”
연기를 향한 넘치는 열정, 그에 못지않게 샤이니에 대한 애정도 그득했다. 그는 “어떤 순간에도 절대 팀을 깨고 싶지는 않다”면서 “팀이 있었기에 내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연기)칭찬 좀 받았다고 이거 하나로 우쭐해 잘못된 선택을 하고 싶진 않다”고 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최민호 “연기 칭찬에 행복… 날아갈 것 같아요”[인터뷰]
입력 2016-12-06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