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에 유출 문건 1년3개월 공백, 증거인멸로 흔적 사라졌나? ‘정윤회 수사’로 몸 사렸나?

입력 2016-12-05 04:11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최순실(60)씨에게 청와대 기밀 문건 47건을 넘긴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의 공소장을 보면 현 정부 초기인 2013년 1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문건 42건을 유출한 것으로 돼 있다. 이후 올 2∼4월 5건이 추가로 최씨에게 빠져나갔다. 중간의 1년3개월간은 문건 유출의 흔적이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증거로 입증된 부분을 범죄 혐의에 담았다”고 설명한다. 검찰은 정 전 비서관과 최씨 등이 공동으로 사용한 이메일 계정, 최씨의 태블릿PC, 최씨 주변 사무실 등에서 확보한 자료들로 혐의를 구성했다. 빈칸으로 남아 있는 1년3개월 동안에도 기밀 누설이 지속적으로 진행됐지만 검찰이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정 전 비서관은 검찰이 물증을 들이대는 부분만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씨는 지난 10월 독일 도피 기간 측근들에게 전화로 연락해 개인회사 더블루케이에서 사용하던 컴퓨터를 모두 폐기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측근들은 컴퓨터 5대를 외부로 가져가 하드디스크를 새로 포맷한 뒤 망치로 부쉈다.

최씨로의 문건 유출이 실제 중단됐을 가능성도 있다. 2014년 11월에는 이른바 ‘정윤회 국정 개입’ 문건이 언론에 공개돼 대대적인 검찰 수사가 진행됐다. 이재만(50) 전 총무비서관도 당시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4일 “비선 관련 문건 유출이 이슈화되면서 최씨나 정 전 비서관 등이 한동안 몸을 사렸을 수 있다”고 했다. 고영태(40)씨도 2014년까지 서울 강남구의 비밀 의상실에 CCTV를 설치해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각종 의상을 준비하는 장면을 촬영하다 문건 유출 수사 무렵 압수수색 등에 대한 우려로 CCTV를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밀 유출이 발견되지 않은 2015년의 경우 최씨가 박 대통령의 권한을 개인사업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기반 구축에 집중했던 시기기도 하다. 그해 2∼6월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업체 포레카 강탈 시도가 있었고, 이에 실패한 뒤 10월에는 플레이그라운드를 세웠다. 같은 달 미르재단이, 지난 1월에는 K스포츠재단이 각각 설립됐다.

이후 최씨에게 빠져나간 문건 5건은 최씨의 사익 추구와 관련이 깊어 보인다. 2∼3월에 ‘K스포츠재단·더블루케이 스포츠클럽 지원사업 전면 개편 보고안’은 K스포츠재단 등의 ‘5대 거점 체육인재 육성사업’과 사실상 동일한 내용이다. 이 시기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의 멕시코 순방 계획 관련 문건 3건을 최씨에게 전달하는데, 플레이그라운드는 4월 박 대통령의 순방 기간 열린 ‘한·멕시코 문화교류 공연’을 맡아 4억5968만원을 사업비로 받아갔다. 4월에 유출된 ‘로잔 국제스포츠 협력 거점 구축 현황’ 문건 역시 평창올림픽 연계 사업을 노리던 최씨와 이해관계가 맞는 내용이다.

박영수 특별검사도 청와대 문건 유출 부분을 핵심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특검법이 정한 수사 대상 1번이 ‘이재만·정호성·안봉근 등 청와대 관계인의 기밀 누설 의혹’이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공희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