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2인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51) 러시아 총리는 공개석상에서 자주 조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1일(현지시간)에도 블라디미르 푸틴(64) 러시아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메드베데프가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아래 사진 앞줄 오른쪽 네 번째). 푸틴과 메드베데프는 대통령과 총리직을 번갈아가며 맡고 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석한 회의에서 ‘감히’ 졸았다는 이유로 인민무력부장이 총살당한 북한과 대비되는 광경이다.
1일(현지시간) 크렘린궁에서 푸틴 대통령이 1시간10분 동안 국정연설을 할 때 청중은 수첩에 받아 적거나 눈을 부릅뜨고 푸틴을 응시했는데 메드베데프만 눈을 감고 있었다.
푸틴이 연설을 오래 하기로 유명한 것을 감안하면 메드베데프의 졸음은 일견 이해된다. 푸틴은 기자회견 질의응답만 4시간 넘게 한 적도 있다. 그러나 메드베데프는 졸음을 못 이기는 모습이 너무 자주 포착돼 많은 이들이 행사장에서 메드베데프의 눈꺼풀이 내려앉기만을 기다린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개회식 때 푸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등과 같은 줄에 앉아 있던 메드베데프는 남들이 박수칠 때 혼자 눈 감고 고개를 떨궜다. 이 모습이 생중계된 뒤 네티즌들의 놀림감이 됐다. 카메라기자들도 메드베데프의 눈꺼풀을 주시했고 매번 성과가 있었다. 2014년부터 올해까지 연례 대통령 국정연설에서 메드베데프는 어김없이 졸았다.
그가 해명한 적이 없으니 왜 매번 조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WP는 2008년 푸틴의 발언을 소개했다. 당시 푸틴은 대통령과 총리가 잠들면 누가 국정을 운영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번갈아 잔다”고 답했다.
천지우 기자
푸틴 앞에서 졸아도 되는 메드베데프
입력 2016-12-05 04:03 수정 2016-12-05 1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