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롭게 퇴진하게 해 달라.” 2012년 1월 남상태(65·구속 기소)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강만수(71) 당시 산업은행장의 지인 회사로의 추가 부당 투자 요구에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강 전 행장의 부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명예 퇴진’과 함께 ‘상근감사제도 도입 재고’를 약속받았다.
강 전 행장이 남 전 사장의 비리를 눈감아주는 대가로 지인이 운영하는 부실 업체에 거액의 투자를 종용한 사실이 검찰 수사에서 확인됐다. 대우조선 대주주인 국책은행 수장이 경영·재무 리스크를 관리·감독하기는커녕 개인적 이해관계에 휘둘려 기업의 부실을 키운 셈이다.
4일 검찰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에 따르면 강 전 행장은 바이오에탄올 업체 ‘바이올시스템즈’를 운영하는 지인 김모(46·구속 기소)씨로부터 수차례 청탁을 받고 2011년 7월 남 전 사장에게 바이올시스템즈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남 전 사장은 대우조선과 자회사인 부산국제물류(BIDC)로부터 9억9600만을 받아 투자했다. 그러나 그 외 추가적인 투자는 이뤄지지 않았다. 애초 김씨는 강 전 행장을 등에 업고 80억원대 투자를 요구했으나 대우조선 실무진의 반대가 심했다.
그러자 강 전 행장이 다시 나섰다. 그는 2012년 1월쯤 산업은행 경영컨설팅팀이 작성한 ‘대우조선 경영컨설팅보고서’를 앞세워 남 전 사장을 압박했다. 보고서엔 ‘대우조선 감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돼 상근감사위원 도입 등 실질적 감사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 ‘유명 건축가 이창하(60·구속 기소)씨가 운영하는 디에스온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등 남 전 사장의 14가지 경영비리 의혹이 있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명예 퇴진하게 해 달라”… 남상태, 강만수에 요청
입력 2016-12-05 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