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율주행차 개발 사실을 인정했다. 완성차 생산까지는 아니더라도 자동주행 시스템이나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다. 앞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 중국 바이두 등이 자율주행차를 시험 운행하는 등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IT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졌다.
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에 자율주행차 개발과 관련한 서한을 제출했다. 애플은 “우리는 그동안 머신러닝(기계 학습)과 자동화 분야 연구에 엄청난 투자를 해 왔다”며 “교통을 포함한 많은 분야에서 자동화된 시스템은 잠재력이 있다”고 밝혔다. 애플이 직접 공식 서한을 통해 입장을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애플이 ‘타이탄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자율주행차 연구를 해 왔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애플 직원 수백명은 2년여 이상 프로젝트에 투입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한을 보낸 스티브 케너는 최근까지 포드에서 자율주행차의 안전 분야를 담당했다. FT는 “애플이 보낸 서한은 애플이 자체적으로 자동차를 설계하고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분석했다.
IT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시스템을 개발하거나 시장에 먼저 진출한 기업을 인수·합병(M&A)하며 자율주행차의 상용화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이미 200만 마일(322만㎞)의 도로 주행을 마쳤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3월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 ‘크루즈 오토메이션(크루즈)’을 10억 달러(약 1조1730억원)에 인수했다.
중국에서는 중국 최대 포털 바이두가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바이두는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와 함께 자율주행을 가능케 하는 플랫폼을 개발할 예정이다. 바이두는 중국뿐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도 시험 운행 허가를 받았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영국 반도체 기업 ARM을 인수하고 자율주행차 전용 반도체를 공개했다. 앞서 소프트뱅크는 완성차 업체 혼다와 커넥티드카를 공동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자율주행차에 사용되는 통신시스템은 중국 화웨이와 협력하기로 했다.
국내에서도 자율주행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네이버는 내년 초 실제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시범 운행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지난 10월 개발자 대회 `데뷰 2016’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향후 자율주행차, 로봇 등 하드웨어 기반의 연구개발팀을 분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쉬쉬하던 애플 “자율주행차 개발” 시인
입력 2016-12-04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