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만 37년 만에 선 닿자 中 ‘발끈’… 대북제재 불똥?

입력 2016-12-04 18:38 수정 2016-12-05 00:36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지난 2일 타이베이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있다. 양측의 사전조율을 거쳐 성사된 전화통화는 10분간 진행됐다.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나눈 전화 한 통이 미·중 관계를 뒤흔들어놓고 있다. 중국은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했다”며 미 정부에 공식 항의했다. 미·중 관계가 불확실성으로 빠져들면서 북한 제재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트럼프 정권인수위원회는 지난 2일(현지시간) 트럼프가 차이잉원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도 “대만 총통이 전화를 걸어와 대선 승리를 축하했다. 고맙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차이는 통화가 끝난 뒤 성명을 내고 “미국과 대만의 양자 관계와 대화를 강화하고, 더욱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나 대통령 당선인이 대만 지도자와 만나거나 통화하기는 1979년 미국과 대만이 국교를 단절한 이후 37년 만에 처음이다.

트럼프는 차이가 먼저 전화를 걸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이 통화는 양측의 사전조율을 거쳐 10분간 이뤄졌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가 차이와 통화를 하고, 이 사실을 공개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보니 클레이저 아시아선임고문은 “트럼프는 중국이 대만문제를 얼마나 예민하게 받아들이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대의 21세기 중국프로그램 소장인 수전 셔크는 “충동적”이라며 “트럼프 외교의 나쁜 신호”라고 평가했다. 폴 핸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비서관은 “트럼프가 정보기관 일일브리핑을 받아 미·중 관계의 현실을 알아야 한다”며 “국무부와 국방부 전문가들에게 자문하고 중국팀을 빨리 꾸려야 한다”고 충고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카드로 대만을 활용하겠다는 생각을 의도적으로 노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이와 관련, 트럼프의 외교고문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공식적으로 허용하고 대만과 외교관계를 완전히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볼턴은 트럼프가 선거유세 중 “국무장관 후보 중 한 명”이라고 지목할 만큼 신임이 두텁다.

트럼프에게 무역정책을 자문한 피터 나바로 캘리포니아대 교수도 지난달 7일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전 세계 미국의 파트너 가운데 군사적으로 가장 취약한 나라가 대만”이라며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좀 더 거칠게 나가고 대만에 대해서는 군사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트럼프도 전화 통화 뒤 비난이 커지자 트위터에 “나는 미국이 대만에 수십억 달러어치의 군사 장비를 팔고 있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지적했다.

미·중 관계가 삐걱거리면 북한 제재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경고가 중국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지난달 30일 북한의 석탄수출을 억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새로운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했는데 중국의 협조가 절대적이다.

중국 지린대의 왕솅 교수는 “미국이 중국의 핵심 이해를 건드리는데 북한 문제와 관련해 중국이 희생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푸단대의 셴 당리도 “미국이 중요하게 여기는 모든 이슈에서 중국이 도움을 줄 수 있다”며 “그러나 트럼프가 이렇게 하는 것은 미국에 손해를 안기고 북한에 혜택이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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