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를 앞두고 총수들이 증인으로 출석하게 된 대기업들의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총수들은 수없이 쏟아진 의혹들에 대한 ‘팩트 체킹’부터 청문회장 분위기에 당황하지 않기 위한 ‘예행연습’까지 철저하게 준비하는 모습이다. 답변 한마디뿐 아니라 표정과 제스처까지 낱낱이 생중계되는 청문회여서 총수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검찰조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란 푸념이 나온다.
4일 재계에 따르면 6일로 예정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하는 총수들은 대부분 일정을 비워놓고 막바지 질의응답 준비에 올인하고 있다. 1차 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된 기업은 삼성·롯데·현대·SK·LG·CJ·한진·한화 등이다. 총수들은 기본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기금을 출연하게 된 경위와 각사에 제기된 특혜 의혹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집중적으로 공부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검찰조사를 받은 적이 있는 만큼 답변내용이 크게 달라질 것은 없지 않겠느냐”면서도 “사안이 워낙 엄중하고, 잘못 대답할 경우 위증의 책임을 지게 될 수도 있는 만큼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확실하게 파악하고 숙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총수들이 특히 부담을 느끼는 건 청문회가 생중계된다는 점이다. 얼마나 성실하게 답변하는지 여부뿐 아니라 표정과 행동 등 일거수일투족이 현 사태에 분노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그대로 전달된다. 총수의 말·행동 실수는 그대로 ‘기록’으로 남게 된다. 마지막에 진술조서를 읽어보면서 잘못 답변한 부분에 대해 다시 진술하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검찰조사와는 차원이 다르다. 청문회장에 변호사 1명과 수행임원 1명 등 대동할 수 있는 인원수가 제한적이란 점도 부담이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은 아예 청문회장 분위기를 염두에 둔 리허설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관·법무 임원들이 국회의원 역할을 맡아 총수에게 예상 질문을 던지고, 녹화된 총수의 답변 등을 다시 검토하는 식이다. 리허설에 방송국 출신 홍보임원이 투입된 기업도 있다고 한다.
각 국정조사 위원들의 성향을 파악하는 작업도 한창이다. A그룹 임원은 “대관업무를 하는 직원들이 각 위원들이 어떤 의혹에 집중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해당 위원에게서 나올 질문들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금까지 위원들이 국정감사 등에서 질의해온 방식 등 증인을 대하는 태도까지도 연구 대상이다. 각 위원들이 공격적인지, 논리적인지, 감정적인지 등을 사전에 파악해 돌발적인 질문에 당황하거나 ‘발끈’하는 상황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한화 등 총수의 건강 문제를 염려하는 그룹들은 당일 구급차를 부르는 등 응급상황에도 대비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79세로 역대 청문회 기업인 증인 가운데 최고령이다. CJ그룹 손경식 회장도 77세로 고령인 데다 올해 폐 수술도 해 장시간 진행되는 청문회를 견딜 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부회장에게 질문이 집중될 것으로 보여 긴장도가 가장 높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총 204억원의 출연금, 최순실씨의 독일회사에 37억원, 말 구입비 명목으로 43억원 등을 지원한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 지원금과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 간의 대가성에 질의가 집중될 것으로 관측된다. 재계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대기업 총수를 호통치고 면박을 주는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되고, 국격이 추락하게 되는 게 가장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팩트 확인·예행 연습’… 대기업 총수들 청문회 열공 중
입력 2016-12-05 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