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업계와 건설업계가 이중고로 한숨짓고 있다. 철도파업에 따른 운송 차질로 손실액이 갈수록 늘고 있고, 11·3 부동산 대책 시행 후 몰아닥친 주택시장 한파로 업황 전망도 어둡다.
지난 9월 성과연봉제 반대를 내걸며 시작된 전국철도노동조합 파업은 4일 69일째를 맞았다. 지난달 20일 이미 파업 역대 최장 기록은 경신했다.
파업 장기화로 가장 타격이 큰 업종은 철도를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시멘트 업체들이다. 한국시멘트협회는 3일까지 철도노조 파업으로 인한 시멘트 업체들의 미판매 손실금액 및 대체운송 추가 비용 등을 합한 총 피해액이 686억원, 시멘트 출하 차질 물량은 83만t에 이른다고 전했다.
협회 관계자는 “하루 평균 손실액이 10억원에 이르고 있다. 파업이 내년까지 이어지면 100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멘트는 대부분 철도를 통해 단양, 제천 등 생산공장에서 수도권 사일로(저장고)로 운송된다. 하지만 화물열차가 없어 생산공장에는 재고가 쌓이고 사일로에는 재고가 떨어지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현재 화물열차 운행률은 54.8%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파업 초기엔 건설현장 등이 쉬는 주말에 화물열차를 이용해 사일로에 시멘트를 쌓아뒀는데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재고 물량도 ‘0’”이라고 했다.
시멘트 수송에 차질을 빚으면서 관련 업계도 영향을 받고 있다. 레미콘 업체들은 사일로에 시멘트가 없어 아예 생산공장까지 가서 시멘트를 받아오고 있다. 운송비용이 추가 발생하고 있지만 각자 부담해야 한다.
건설업체도 낭패다. 시멘트 부족으로 겨울이 오기 전 진행하려던 시공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다.
건설업체 측은 “영하의 온도에서 콘크리트를 부으면 철근에 제대로 붙지 않고 심하면 얼어버려 강도가 떨어지는 콘크리트가 만들어진다”며 “겨울이 오기 전에 콘크리트 타설을 완료하려고 했는데 스케줄이 모두 엉켜버렸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이 건축주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또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건축물의 안전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고 시공 일정이 늘어날수록 건축비용도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1·3대책으로 건설경기는 그야말로 바닥을 쳤다. 투기 수요를 막겠다며 내놓은 대책으로 분양권 구매 열기가 가라앉아 건설업체들은 아예 건축 일정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시멘트 업계는 코레일의 눈치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철도 화물이 독점형태로 운영돼 코레일이나 노조 측에 손해배상 청구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 내년으로 예정돼 있는 운임료 인상이라도 동결됐으면 하는 바람만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을 뿐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순실 게이트’의 최대 피해자는 우리일 것”이라며 “국회고 어디고 철도파업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철도 파업 장기화에 주택시장 한파까지… 겹시름 시멘트·건설업계 ‘휘청’
입력 2016-12-05 0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