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무대서 이름 날린 박혜상 ‘줄리엣’으로 한국팬 앞에 선다

입력 2016-12-04 18:53 수정 2016-12-04 21:25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주역을 맡은 소프라노 박혜상.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오페랄리아 콩쿠르 입상 후 플라시도 도밍고 선생님이 멘토로서 큰 도움을 주신다”며 “무엇보다 그에게 오페라에 대한 지치지 않는 에너지와 열정을 본받고 싶다”고 말했다. 구성찬 기자

소프라노 박혜상(28). 아직은 낯설지만 오페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주목해야 할 이름이다. 20대 한국인 소프라노로는 드물게 국제무대에 진출한 그는 오페라 무대에서 ‘팔릴 만한’ 스타성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서울대와 미국 뉴욕 줄리어드 음악원을 졸업한 박혜상은 2014년 퀸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5위, 2015년 몬트리올 국제콩쿠르 2위, 플라시도 도밍고 오페랄리아 국제콩쿠르 2위, 2016년 제르다 리스너 재단 국제콩쿠르 1위 등의 수상경력이 보여주듯 가창력이 빼어나다. 조수미의 ‘콜로라투라’, 신영옥의 ‘레제로’, 홍혜경의 ‘리릭’ 등 세 가지 음색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다.

게다가 패션잡지 ‘보그’에서 두 차례 화보를 찍었을 만큼 빼어난 외모를 지니고 있다. 아시아 출신으로는 드물게 적극적인 무대 매너와 연기력을 겸비했다. 전 세계 주요 오페라극장 관계자들로 심사위원단을 구성하는 오페랄리아 국제콩쿠르의 경우 가창력만이 아니라 실제 오페라 무대에서의 가능성을 본다. 그래서 이 콩쿠르 수상자들은 오페라극장의 러브콜을 많이 받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5-2016시즌부터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의 ‘영 아티스트’로 활동 중인 그가 내년 1월 메트에서 ‘루살카’로 정식 데뷔한다. 이에 앞서 오는 8일 개막하는 국립오페라단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한국 관객과 만난다.

지난 2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그는 “메트 데뷔보다 국립오페라단의 주역 데뷔가 내겐 더 소중하고 의미 있다. 2011년 국립오페라단의 ‘사랑의 묘약’의 조역으로 데뷔한지 5년 만에 주역으로 돌아왔다”면서 “20대에 국립오페라단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성악가는 거의 없었다고 들었다. 많이 부담스럽지만 한국 관객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11월 줄리어드 음악원의 오페라 ‘이탈리아의 터키인’의 피오렐라 역을 맡아 화려하면서도 서정적인 벨칸토 창법을 구사, 뉴욕 오페라 관계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미렐라 프레니, 체칠리아 바르톨리, 안젤라 게오르규 등 스타 소프라노의 매니저로 유명한 잭 마스트리아니가 그의 매니저로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하지만 그가 꽃길만을 걸어왔다는 오해는 금물이다. 그는 “삼수해서 줄리어드에 들어갔다. 나중엔 장학금을 받았지만 처음엔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힘들게 살았다”며 웃었다.

그는 작품 속 배역에 완벽하게 동화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는 ‘노력파’다. 프랑스 오페라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위해 지난여름 3개월 동안 파리에서 집중 어학 코스를 밟았다. 바스티유극장의 오페라 코치에게 레슨도 받았다. 그는 “언어에 자신감이 있어야 노래와 연기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서 “셰익스피어의 원작 희곡도 다 외웠는데, 오페라에 생략된 감정을 이해할 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생각하는 줄리엣은 감성과 이성을 모두 갖춘 존재다. 어린 나이에 사랑에 빠졌지만 사랑을 지키려는 용기도 있다. 그는 “줄리엣 역을 대부분 전반부에선 서정적으로, 후반부에선 격정적으로 연기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줄리엣은 시적이고 감성적이라 그렇게 쏟아 붓는 스타일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글=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사진=구성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