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젝키 고유色에 트렌드 입혔어요”

입력 2016-12-05 00:05
16년 만에 새 음반을 발표한 그룹 젝스키스. 이들은 “과거에는 아이돌이 ‘반짝 스타’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장수하는 그룹이 되겠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은지원 김재덕 강성훈 장수원 이재진. YG엔터테인먼트 제공

젝스키스(이하 젝키)의 활동 기간은 짧았다. 1997년 4월 ‘학원별곡’으로 데뷔해 고작 3년 1개월간 활동했다. 이들이 2000년 5월 갑작스럽게 팀 해체를 발표했을 때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리더 은지원은 이듬해 3월 국민일보 인터뷰에서 해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원하는 음악을 하지 못한 채 (기획사에) 끌려 다니는 생활에 지친 거죠. 어차피 젝키로 영원히 갈 수는 없었고, 인기 절정에서 헤어지자는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젝키의 재결합 소식이 알려진 건 올봄이었다. 과거의 영광을 재연할 수 있을지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복귀는 대성공이었다. 지난 4월 MBC ‘무한도전’을 통해 컴백 신고식을 치른 뒤 9월에는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이틀간 콘서트를 열었다. 10월에는 신곡 ‘세 단어’로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16년 만에 복귀한 아이돌 그룹이 이런 인기를 누린다는 건 특이한 현상이다.

최근 서울 마포구 YG엔터테인먼트에서 젝키 멤버 은지원 이재진 김재덕 강성훈 장수원을 만났다. 지난 1일 발표한 리메이크 음반 ‘2016 리-앨범(Re-ALBUM)’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서였다.

“16년 만에 내놓은 새 음반이에요. 예전부터 저희를 좋아해주신 팬들에게 드리는 선물이기도 하죠. 트렌드를 따라가면서도 젝키의 고유한 색깔은 버리지 않았어요. 과거의 팬들은 물론이고 최근 들어 저희를 좋아하기 시작한 어린 팬들도 좋아할 수 있는 음악이라고 자부해요.”(은지원)

“16년 전에는 녹음할 때 작곡가나 프로듀서의 명령을 일방적으로 따랐어요. 하지만 지금은 달라요. 저희 의견이 많이 반영된 앨범이에요. 녹음하는 내내 분위기가 화기애애했어요(웃음).”(강성훈)

음반에는 10월에 발표한 ‘세 단어’ 외에도 ‘컴백’ ‘커플’ ‘컴 투 미 베이비’ ‘기사도’ ‘연정’ 등 과거 젝키의 히트곡 10곡이 담겼다. 멜로디는 그대로 가져왔지만 편곡은 완전히 달라졌다. 원곡에 대한 향수나 애정이 강한 팬이라면 다소 거부감을 느낄 수도 있을 듯하다. 연예계 생활을 그만두고 직장인으로 변신한 원년 멤버 고지용이 끝내 합류하지 않은 점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다섯 멤버는 새 음반에서 마음에 드는 곡을 골라달라는 요청에 다양한 답변을 쏟아냈다. 이재진은 ‘컴 투 미 베이비’, 김재덕은 ‘커플’, 장수원은 ‘기사도’를 각각 꼽았다. 은지원과 강성훈은 “‘로드 파이터’가 더 신나는 곡으로 바뀐 것 같아 흡족하다”고 답했다.

젝키의 컴백은 보는 시선에 따라 ‘추억팔이’처럼 보일 수도 있다. 성공적인 복귀에 대해서도 격하하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팬들의 향수에 기댄 ‘반짝 인기’라는 것이다.

다섯 멤버는 이에 대해 “신곡으로 채운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내년에 나올 새 정규음반을 통해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뉘앙스였다. 젝키는 내년에 데뷔 2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도 열 계획이다.

“요즘 곡들은 코드가 4개 정도밖에 안 되지만 저희들이 과거 냈던 곡은 8개 이상이에요. 코드가 많다는 건 그만큼 멜로디가 풍성하다는 의미죠. 이런 음악적인 색깔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요즘 세대도 즐길 수 있는 트렌디한 음악을 선보이고 싶어요.”(은지원)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