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병살타’… 강정호 왜 이러나

입력 2016-12-02 18:25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내야수 강정호가 지난 10월 1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1회초 3점 홈런을 때린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강정호는 서울 강남구에서 2일 음주운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아 큰 비난을 받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메이저리그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뛰고 있는 강정호의 사생활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특히 이번에는 음주운전 사고 후 도주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까지 받고 있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강정호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과 물피도주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일 밝혔다. 강정호는 이날 오전 2시48분쯤 술에 취한 채 차를 몰고 서울 강남구 그랜드인터콘티넨탈호텔로 향하던 중 삼성역 사거리에서 앞서가는 차량과 가드레일을 잇따라 들이받고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정호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면허 정지 수준인 0.084%였다.

강정호는 사고 직후 숙소인 호텔로 들어갔고 동승했던 친구 유모씨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임의동행했다. 유씨는 경찰 조사에서 “자신이 운전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은 차량 블랙박스를 확인해 운전자가 유씨가 아닌 강정호였다는 사실을 파악했으며, 강정호를 이날 새벽 5시30분쯤 불러 1차 조사를 했다.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경찰은 강정호가 사전에 유씨와 짜고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는지 여부 등을 추가 조사 중이다. 이런 사실이 확인되면 강정호는 범인은닉·도피 및 범인은닉·도피 교사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

강정호는 앞서 지난 6월 미국 현지에서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아직 혐의가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상황에서 음주운전까지 일으키며 큰 비난을 받고 있다. 강정호는 사과문을 냈다. 그는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했고, 사고를 낸 순간 당황해 절대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했다”며 “많이 후회하고, 반성하고 있으며, 어떤 벌이든 달게 받을 마음가짐으로 이렇게 사과문을 올린다”고 말했다.

강정호는 이번 사고로 내년 3월 열리는 제4회 월드배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메이저리그 징계도 불가피해졌다. KBO 관계자는 “정확한 사고 내용을 파악한 후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NBC스포츠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자세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을 것”이라며 “강정호는 벌금 또는 출전정지 징계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이와 별도로 구단 자체 징계도 예고되고 있다. 피츠버그 구단은 프랭크 쿠넬리 사장 명의로 성명을 내고 “우리는 금요일 오전 서울에서 발생한 강정호의 매우 심각한 혐의에 대해 알고 있다”며 “음주운전이 얼마나 멍청하고 위험한 일인지 알고 있다. 인명 피해가 없는 것에 오히려 감사할 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강정호에 대해 매우 실망하고 있다”며 “강정호의 음주운전 사건 팩트를 수집한 뒤 이야기를 나누겠다. 이후 또 다른 발표를 내놓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