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연구원(KPI) 전우택 원장은 ‘통일이 곧 치유’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그는 2일 가진 인터뷰에서 “통일이 되면 한국전쟁과 분단이 야기한 한반도의 뿌리 깊은 트라우마를 치료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1997년 시작된 남북나눔운동연구위원회, 2007년 창립한 KPI 등을 통해 남북통일의 당위성을 알리는 데 앞장서온 전 원장이 통일의 의미를 이처럼 정의한 데에는 그의 직업과 전공이 영향을 미쳤다. 연세대 의대 정신건강학과 교수인 그의 전공은 집단의 정신병리나 심리를 다루는 사회정신의학이다.
전 원장은 “전임강사로 처음 교수직을 맡았던 1994년, 우연히 동갑내기 탈북민을 만났고 그와 대화를 나누며 서로가 너무 다른 세상에서 살아왔음을 알게 됐다”며 “이후 북한 사람들은 왜 이렇게 다른 생각을 하게 됐는지 궁금증을 갖게 됐고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 바탕에는 신앙인으로서 갖고 있던 고민이 자리하고 있었다. 전 원장은 “목사이셨던 할아버지와 세브란스병원 외과의사로 7년간 몽골에서 의료선교를 하셨던 아버지를 보면서 고난 당하는 이웃에게 관심을 갖는 게 크리스천의 의무라는 것을 배웠다”며 “북한주민들과 탈북민들은 절대 외면해서는 안되는 우리의 소중한 이웃”이라고 말했다.
정신의학자의 관점에서 남북문제를 연구해온 전 원장은 “한국전쟁 당시 남한 전체 인구 2000만명 중 4∼5%, 북한은 1000만 명 중 13∼14%가 사망했다”며 “사망자의 직계가족만 해도 남한전체 인구의 20∼25%, 북한은 50∼60%로, 이는 전쟁과 분단의 트라우마가 얼마나 깊은지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일성 일가를 필두로 한 북한의 독재 집단은 한국전쟁 후 1인 독재와 우상화, 경제적 낙후에 대한 합리화 등을 목표로 하는 정치적 선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분단과 전쟁에 의한 트라우마를 이용했다”며 “이것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북한 정권이 유지되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또 “한국전쟁 후 북한은 미국과 국제사회에 대한 극도의 부정적 태도와 두려움 등으로 인해 자폐성을 갖게 됐고 경제적 낙후와 인권의 억압을 면치 못하게 됐다”며 “적대적인 외부 세계와 맞서기 위해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는 피해망상은 결국 핵개발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전 원장은 “남한의 경우, 전쟁 후 생존권에 대한 집착이 강해졌고 ‘안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논리가 국민들의 의식 속에 자리 잡으면서 정의, 인권, 민주주의와 같은 개념의 가치는 약화됐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이 때문에 부정직한 방법이라도 돈만 벌면 된다는 의식이 강해졌고 타인에 대한 무관심도 커져갔다”며 “이것이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달러가 됐는데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인 대한민국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원장은 “통일이 되지 않으면 이념과 사상, 돈을 사람보다 더 가치있게 여기는 현 풍토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이념, 경제적으로 큰 차이를 가진 한반도 내 두 집단의 구성원들이 평화와 인권, 그리고 상생을 위해 하나로 합치자는 결단을 내려야만 이 모든 상처들을 치유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사야 기자 Isaiah@kmib.co.kr
한반도평화연구원장 전우택 연세대 교수 “분단 트라우마 깊은 한국, 통일이 곧 치유”
입력 2016-12-04 2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