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러스트벨트”… 트럼프의 당선 감사여행

입력 2016-12-02 18:06 수정 2016-12-02 20:5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일(현지시간) 인디애나주 인디애나폴리스의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 공장을 찾아 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캐리어 공장의 멕시코 이전을 막아 1100개의 일자리를 지켜냈다”고 강조했지만 이전 포기 대가로 세제 혜택을 준 것으로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AP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생큐 투어(thank you tour)’에 나섰다. 당선의 발판인 오하이오주를 찾아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편 “분열된 미국을 통합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의 대중 연설은 지난달 8일 대선 이후 처음이다.

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오하이오주 신시내티의 US뱅크 아레나를 찾은 트럼프는 “분열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분열된 미국을 치유하기 위해 화합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형태의 편견을 규탄한다. 배제와 분리의 언어를 거부한다”며 “우리의 공통점을 찾는 일을 제대로 해내겠다”고 호소했다.

트럼프는 ‘강한 미국’을 재차 강조했다. 트럼프는 “미국은 파나마 운하를 건설했다. 달에 인류를 보내고 우주에 위성을 쏘아 올렸다”며 “여러분에게 다시 큰 꿈을 요청한다. 미국은 다시 승리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역사의 부름에 오하이오의 위대한 주민이 답했다”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자 지지자 수천명이 박수와 환호를 쏟아냈다. 트럼프는 당초 경합주로 분류된 오하이오에서 52.1%의 득표율을 얻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를 9% 포인트 차로 크게 눌렀다. 현장에서는 “그(클린턴)를 감옥에 가둬라”는 외침도 터져 나왔다. 트럼프는 “클린턴과 즐거운 싸움을 벌였다”며 받아넘겼다.

‘생큐 투어’는 오하이오를 시작으로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아이오와,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중북부 공업지대)를 중심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대선 당시 토크쇼 형식의 ‘나 홀로’ 유세로 효과를 거둔 트럼프는 이번 투어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국무장관 등 주요 인선이 남은 상황에서 ‘자화자찬’에 나선 것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도 새어 나온다.

트럼프는 투어에 앞서 에어컨 제조업체 캐리어의 인디애나주 공장을 찾아 “공장의 멕시코 이전을 막았다”고 자랑했다. 하지만 이전을 포기한 대가로 캐리어에 파격적 세제 혜택을 약속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내 논란에 휩싸였다.

트럼프는 “(캐리어의 모기업 유나이티드 테크놀로지스의 최고경영자) 그렉 헤이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잔류를 설득했다”며 “공장이 멕시코로 이전하는 것을 가만히 내버려둘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이런 방식을 좋아한다. 대통령답지 않다고 생각해도 상관없다”며 “일자리 1100개를 지켜내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는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미국 기업 제품에 징벌적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그러면서 “대가를 치르지 않고 미국을 떠나는 기업은 더 이상 없다”고 잘라 말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두고 ‘완벽한 재앙’이라고 꼬집는가 하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공약도 재확인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캐리어에 약속한 700만 달러(약 82억원) 규모의 세제 혜택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디애나 주정부는 캐리어에 연간 70만 달러에 이르는 세제 혜택을 10년 동안 주기로 했다. 결국 공장 유지비용을 주민 지갑에서 지불하게 된 것이다.

이에 무소속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캐리어가 트럼프를 인질로 잡아 승리했다”며 “해외 이전을 시도하는 모든 기업에 친기업적 신호를 보냈다”고 비판했다. WP는 “정부가 과거 특정 산업을 지원한 사례는 있지만 이번처럼 단 한 곳의 회사에 특혜를 제공한 적은 없었다”고 꼬집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