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뭇매 맞을라… ‘방향 튼’ 비주류 전전긍긍

입력 2016-12-02 18:00
새누리당 비주류 의원들이 2일 박근혜 대통령에게 오는 7일 오후 6시까지 명확한 퇴진 시점과 2선 후퇴 방안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이들은 조만간 퇴진 로드맵 논의를 위해 박 대통령과 면담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탄핵의 키를 쥔 비주류가 ‘질서 있는 퇴진’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즉각 하야(下野)를 외치는 민심과는 더욱 멀어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새누리당 비주류를 주축으로 한 비상시국위원회는 “7일 오후 6시까지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밝히지 않으면 9일 탄핵 표결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황영철 의원은 비상시국회의 뒤 “9일 탄핵소추안 상정 일정을 잡고 7일까지 최선을 다해 국회 합의안을 만들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대통령이 합의안을 거부하면 탄핵하면 된다”고 말했다.

비상시국위는 박 대통령이 3차 대국민 담화에서 퇴진 시점을 못 박지 않아 진정성 문제를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황 의원은 “모든 국정을 총리에게 넘기고 퇴임을 기다리는 명확한 2선 후퇴의 모습을 천명해 달라”고 했다.

새누리당 비주류는 박 대통령과의 청와대 회동 일정도 물밑 조율 중이다. 비주류 내에선 박 대통령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기 위해 면담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중대 기로에 선 박 대통령으로서는 탄핵안 가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비주류와의 논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비주류 입장에서는 탄핵을 추진했던 당초 입장에서 후퇴했다는 비판 여론이 부담스럽다. 유승민 의원은 “마치 탄핵을 거부하는 것으로 오해되는 부분은 바로잡았으면 한다”며 “여야 협상이 안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되면 탄핵 일정을 그대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비상시국위는 박 대통령이 퇴진 시점을 명확히 밝힌 뒤에도 탄핵에 동참할지를 놓고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이 4월 말 퇴진 일정을 받아들이면 굳이 탄핵으로 갈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의 엇갈린 입장은 차기 대선을 앞둔 비주류 내 주도권 싸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