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창석 원장에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묻다

입력 2016-12-04 19:41

국립 서울대학교병원의 명성이 흔들리고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병원이자 공공의료를 책임져야 하는 책무가 있는 병원으로, 그 동안 대한민국 의학발전을 이끌어 온 역사와 권위를 인정받아 왔다. 하지만 현직 대통령과 관련된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에 명성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의 여러 의혹 때문이다.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단골 병원 의사에 대한 갖가지 특혜 제공과 이를 위한 압력 행사가 병원장으로서 제기된 의혹이다. 대통령 주치의로 근무할 당시 의혹도 있다. 지난 2월까지 대통령 주치의로 근무하는 동안 비아그라와 갖가지 미용주사제 구입, 자문의사 진료,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대리진료 등의 의혹도 제기됐다. 특히 언론은 청와대가 서창석 원장을 서울대병원장에 당선시키기 위해 과도한 개입을 했다고 보도했다.

서창석 원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기자회견 내내 서 원장은 “결재상 있지 않다”, “모른다”고 답했고 원장 취임 후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러 언론을 통해 서 원장이 (특혜 제공을 위해)압력을 행사했고, 최순실씨를 알고 있다는 내부 증언이 보도되고 있다. 그럼에도 서창석 원장은 ‘모른다, 관련없다’고 일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의 명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이유는 이러한 서 원장의 명쾌하지 못한 해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책임을 지는 모습도 없고, 해명에 급급한 병원장이 과연 자격이 있나라고 반문한다.

이에 대해 서울대병원 노동조합은 “직권남용, 부정청탁 혐의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서 원장이 퇴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또한 시민단체는 서 원장에 대해 대통령 주치의로서 직무를 유기하고 비선진료를 방임한 혐의(형법 제122조 직무유기)로 검찰에 고발했다.

“나는 종교나 국적이나 인종이나 정치적 입장이나 사회적 신분을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어떤 위협이 닥칠지라도 나의 의학 지식을 인륜에 어긋나게 쓰지 않겠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재해석해 1968년 세계의학협회 총회에서 완성된 ‘제네바 선언’의 일부다. 대한민국 의사라면 의과대학 졸업 시 누구나 하는 선서이고, 서 원장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그래서 서 원장에게 묻고 싶다. 대통령 주치의로서 서울대병원장으로서 “나의 의술을 양심과 품위를 유지하면서 베풀겠다. 나는 의업의 고귀한 전통과 명예를 유지하겠다.”는 선서를 기억하는지.

송병기 기자 songb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