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업은 ‘탄핵 닥공’ 현실론에 밀려 좌초

입력 2016-12-01 18:01 수정 2016-12-02 00:15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이 1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 옆을 지나고 있다. 야3당 대표는 오후 긴급 회동을 갖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문제를 논의했지만 국민의당의 반대로 발의하지 못했다. 최종학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은 1일 탄핵소추안 발의를 놓고 하루 종일 좌충우돌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와 만났다. 추 대표가 먼저 제안한 만남이었다.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고, 민주당과 새누리당 비주류 간의 입장차만 확인했다. 국민의당은 추 대표와 김 전 대표의 회동을 비판했다. 전날 야3당 대표회동에서 ‘임기 단축 협상에 응하지 않겠다’고 합의해놓고는 갑자기 임기 단축 등을 논의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는 지적이었다. 민주당 측은 “새누리당 비주류 측의 탄핵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자리”라고 해명했다. 앞서 추 대표는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에게도 회동 의사를 타진했으나 유 의원이 ‘평의원과 대표 간 만남은 적절치 않다’며 고사해 무산됐다.

2일 탄핵 투표에 새누리당 비주류가 거절 의사를 보이자 추 대표는 곧바로 지도부 논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사실상 만장일치로 탄핵소추안 발의 강행 방침을 확정했다. 이유는 촛불 민심이었다. 이재정 원내대변인은 의총 결과에 대해 “당리당략 고민에 앞서 촛불 시민들의 여론을 담아내기로 입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도 SNS를 통해 “탄핵을 거부하는 새누리당 태도를 역사와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당이 1일 탄핵안 발의를 밀어붙인 배경에는 ‘이대로 청와대와 여당의 페이스에 말려들면 탄핵은 물 건너간다’는 위기감이 깔려 있었다.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 담화 이후 새누리당은 ‘4월 퇴진, 6월 대선’ 당론을 확정했다. 새누리당 비주류의 탄핵 동참을 자신했던 민주당 지도부로선 허를 찔린 셈이다. 민주당은 탄핵 표결이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예정된 9일까지 늦춰질 경우 탄핵 자체가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1일 탄핵소추안 발의 시도는 실패했다. 애초 탄핵안 발의를 위한 의결 정족수와 국민의당의 반대를 고려할 때 실제 발의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았다. 박 위원장과 국민의당은 가결이 불확실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야3당 대표회담 이후 논의가 계속됐지만 각 당 의총과 본회의 시간이 맞물리면서 민주당이 주장한 ‘1일 본회의 보고, 2일 본회의 의결’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는 “토요일(3일) 촛불이 국회 쪽으로 방향을 틀게 될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정치권이 놀아나고 있다”고 민주당의 전략부재를 비판했다.

민주당·국민의당 양당은 국회 본회의가 끝난 뒤 각자 의총을 열어 대책 마련을 논의했다. 국민의당이 ‘5일 의결’이라는 타협안을 제시하자 민주당은 장고 끝에 협상을 지도부에 일임했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국회 로텐더홀에서 탄핵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한 농성에 들어갔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