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靑 향한 ‘촛불’… 100m 앞까지 다가갈 수 있을까
입력 2016-12-02 04:09
청와대 100m 앞에서 촛불 집회를 열 수는 없는 걸까. 집회시위법은 대통령 관저의 경계로부터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하고 있는데, 경찰은 지금까지 청와대 100m 부근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내준 적이 없다. 청와대 전체를 대통령 관저로 보고 청와대 바깥 담장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금지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1일 기자회견을 열고 “3일 있을 ‘박근혜 즉각퇴진의 날’(6차 주말 촛불집회) 때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행진을 신고했다”며 “청와대에 최대한 접근해 박 대통령이 촛불 민심을 직접 들을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청와대 앞 분수대는 청와대로부터 100m 이내여서 집회 금지구역”이라고 맞섰다. 경찰은 이 행진은 물론이고 청와대에서 100m 떨어진 효자치안센터 등의 집회도 금지하며 또다시 율곡로 남쪽으로 집회와 행진을 제한했다. 주최 측은 즉각 법원에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이날 촛불 집회가 얼마나 청와대와 가까이에서 열릴지는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5차례 열린 촛불집회는 매주 행진 신고 범위를 단계적으로 넓히며 청와대에 다가갔다. 지난달 5일 열린 2차 집회에서는 광화문 광장 일대만 행진을 진행했고, 지난 12일 있었던 3차 집회 때는 내자동로터리까지, 지난 19일과 26일 열린 4차·5차 집회 때는 청와대에서 200m 정도 떨어진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 행진을 신고했다.
경찰은 줄곧 집회를 율곡로 남쪽으로 제한해 왔지만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그동안 법원은 경찰의 집회 제한에 대해 ‘집회의 공익이 더 크다’는 취지의 결정을 하며 촛불 집회의 범위를 조금씩 넓혀 왔다. 역대 최대 인원이 참가한 26일 5차 집회 때는 법원이 1∼4차 집회가 경찰과 큰 충돌 없이 평화롭게 진행된 점을 들어 처음으로 청운효자동주민센터까지의 낮 시간 행진을 허가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이 주민센터 인근에서 야간 행진까지 제한적으로 허가했다.
법원이 계속해서 주최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경찰이 헌법에 보장된 집회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주최 측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의 양홍석 변호사는 “법률상 집회가 금지되는 곳은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 안쪽이다. 대통령 관저로부터 100m면 청와대 정문에서도 집회를 못 열 법률적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집시법은 특정 청사나 저택의 경계 지점에서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국회의사당과 법원, 대통령 관저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경찰은 청와대 바깥 담장을 대통령 관저의 경계 지점으로 보고 분수대 앞 집회를 그동안 금지해 왔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김선휴 변호사는 “대통령 관저 경계 지점이 어딘지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통령경호실에서 펴낸 ‘청와대와 주변 역사·문화유산’ 간행물에서는 청와대 내부를 본관, 영빈관, 관저 등으로 구분했다. 대통령 관저를 ‘대통령과 그 가족이 생활하는 전용공간’이라고 설명하고 관저의 정문을 인수문이라고 표시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도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이 관저 집무실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관저를 청와대 내의 별도 공간으로 구분했다.
경찰은 주로 교통 혼잡이 우려된다며 집회를 제한하는데, 집회가 실제로 교통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도 불분명하다. 서울시 교통정보센터는 지난 다섯 차례의 촛불 집회 때 서울 시내에서 큰 교통 혼란이 없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인근 도로의 평균 이동 속도를 봤을 때 전체적으로 큰 혼란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집회 일정과 우회로를 적극 알려 교통량이 충분히 분산됐다”고 설명했다. 경찰도 교통 혼잡 우려에 대한 별다른 근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교통연구원 관계자는 “도심 집회가 교통에 끼치는 영향은 연구가 없어 현재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 선진국의 경우 집회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한다. 미국의 경우 백악관 코앞에서도 시위를 할 수 있다. 환경단체들은 프랑스의 대통령궁인 엘리제궁 앞에서 시위를 열기도 한다.
김판 오주환 기자 pan@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