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조성진, 부회장에… ‘高卒 신화’ 썼다

입력 2016-12-01 18:49 수정 2016-12-01 21:51

LG전자의 ‘세탁기 박사’인 조성진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고졸 신화를 새롭게 써내려갔다. LG그룹은 ‘최순실 게이트’로 재계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도 예정대로 인사를 단행했다. 그러나 삼성과 SK·롯데그룹 등은 인사 시기를 늦추거나 인사폭을 확정하지 못해 고심하는 분위기다.

LG그룹은 1일 LG전자 조성진 H&A사업본부장(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는 등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명단 25면). 사장 3명이 공동대표를 맡는 현 체제는 1인 CEO(최고경영책임자) 체제로 전환됐고, 조 부회장이 CEO를 맡는다. 조 부회장은 고졸 출신으로는 처음 그룹 부회장 자리에 올랐다. 1976년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LG전자에 입사한 그는 36년 동안 세탁기 사업을 담당해 ‘세탁기 박사’로 불린다. 조 부회장이 2013년부터 이끈 H&A사업부는 올해 영업이익 1조원이 넘는 최대 성과를 냈다.

조 부회장은 자택과 집무실을 신제품 테스트 장소로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청소기 테스트를 위해 지난 4월 여의도 LG트윈타워 집무실 바닥의 카펫을 걷어내고 마룻바닥으로 바꿨다. 그는 2014년 독일 가전박람회를 앞두고 시내 매장에서 삼성전자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가 최근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송대현 CIS지역대표는 사장으로 승진하며 H&A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준호 MC사업본부장, 이우종 VC사업본부장, 권봉석 HE사업본부장, 최상규 한국영업본부장은 유임됐다.

LG화학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LG디스플레이 정철동 CPO(최고생산책임자)를 정보전자소재사업본부장에 앉혔다. 정 본부장은 LG화학의 기존 편광판 및 고기능 필름 사업 수익성 강화와 신규 사업 안정화에 주력할 계획이다. R&D(연구·개발) 성과 창출을 위해 신설된 CTO(최고기술책임자)에는 유진녕 사장을 선임했다. 지주사인 ㈜LG는 구본무 회장 체제를 유지하면서 구본준 부회장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조직 구조를 개편했다. 전무 승진이 예상됐던 구 회장 아들 구광모 상무는 승진·이동 없이 ㈜LG에 머물게 됐다. LG 관계자는 “오너가라도 충분히 경영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기업문화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상사 송치호 대표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통상 12월 첫째주 화요일에 임원 인사를 했던 삼성은 시점을 미룰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당초 오는 6일 인사를 내고 이튿날 ‘수요사장단’ 회의에 새 사장단이 나올 것으로 관측됐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삼성 관계자는 “인사는 국정조사 청문회와 특검 진행 상황을 봐가며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롯데도 이달 말로 예정됐던 정기 임원 인사를 내년 초로 미뤘다. 롯데 관계자는 “사업계획에 맞춰 인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여전히 안갯속”이라고 설명했다. SK는 12월 중순 인사 예정이지만 예고됐던 만큼 대폭적인 인사이동은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현수 심희정 기자 jukebo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