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가 8년 만에 산유량 감축을 결정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상징했던 ‘저유가 시대’가 막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치리스크’까지 더해져 위기 경보가 울린 한국 경제에도 호재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동과 러시아 등 산유국 경제가 살아나면 수출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 등 ‘고유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OPEC은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정례회의에서 회원국 원유 생산량을 하루 3250만 배럴로 약 120만 배럴을 줄이기로 했다. 감산 합의 소식 이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서부텍사스산원유) 선물 내년 1월 인도분은 9.3%(4.21달러) 폭등한 배럴당 49.4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이 한국 경제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우선 수출입 시장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는 OPEC 감산 합의 효과가 지속될 경우 그동안 위축됐던 중동, CIS(소련 연방의 일원이던 독립국가), 중남미 시장 수요가 다소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상승으로 이들 나라의 수요가 살아나면 한국의 자동차, 무선통신기기 수출은 물론 건설·플랜트 수주도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수출 단가도 석유화학 제품을 앞세워 상승세를 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일 산업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지난달 수출과 수입은 각각 455억 달러, 375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7%, 10.1%씩 상승했다. 8월 이후 3개월 만의 증가세 전환이다. 그러나 수출 단가는 -0.8%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전환했다. 수출 물량이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음에도 수출 단가는 저유가 때문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채희봉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석유 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은 유가에 따라 수출 단가가 조정되는데 그 기간이 1∼2주”라며 “유가가 올라가면 바로 다음달부터 수출입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다만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유가 상승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
배럴당 90달러까지 치솟았던 2009년처럼 원유가 인상으로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많은 무역 역조 현상이 나타날 수 있고 교통비와 난방비 등 물가도 상승할 수 있다.
소비자물가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0%대에 머물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됐으나 지난 9월부터 농산물 가격 폭등으로 불안한 1%대를 이어왔다.
다행히 급격한 유가 상승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이번 감산 합의로 당분간 유가가 50달러 이상에서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55∼60달러까지 치솟으면 미국이 생산량을 늘릴 수 있어 가격이 다시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전문 사이트 마켓워치는 이날 “시장 기대보다 감산량이 많다”면서 “때문에 유가가 배럴당 56∼6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CNBC방송도 “올봄 이후 40달러대에서 등락을 반복해온 유가가 한동안 50달러대에서 안정적으로 머물 것”이라고 예측했다. CNBC는 다만 55달러를 넘어서면 미국 셰일오일업계의 채산성이 좋아져 미국발 공급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그래픽=박동민 기자
한국경제 ‘유가상승 엔진’ 달고 ‘회복’ 시동 걸까
입력 2016-12-01 18:12 수정 2016-12-01 2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