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출신의 여자 루지 선수 아일렌 프리슈(24)가 특별귀화를 통해 태극마크를 달게 되면서 국가대표팀의 귀화 선수 합류에 대한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올림픽처럼 큰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선 우수한 능력의 귀화 선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옹호론이 나오고 있지만 일회성 귀화라거나 돈으로 메달을 산다는 비판도 만만찮다. 귀화 선수에 대한 객관적 기준과 경쟁력 향상을 위한 장기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루지경기연맹은 “법무부 국적심의위원회가 지난달 7일 프리슈의 우수 인재 특별귀화 안건을 상정해 심의한 결과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통과시켰다”고 1일 밝혔다. 연맹 관계자는 “이달 15일과 25일 사이에 프리슈를 입국시켜 법무부 면접을 받도록 할 계획”이라며 “프리슈가 면접을 통과해 한국 국적을 얻으면 내년 1월부터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 등에 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슈는 2012년 주니어세계선수권·주니어유럽선수권에서 여자 싱글과 팀 릴레이를 휩쓸며 떠오른 ‘신성’이었다. 프리슈의 꿈은 올림픽 출전이었다. 하지만 루지 세계 최강인 독일 대표팀 경쟁에서 밀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나서지 못했고, 지난해 은퇴했다. 프리슈는 한국 루지 국가대표팀의 사터 스테펜(독일) 감독의 설득으로 현역 복귀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귀화선수는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부쩍 늘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피겨 스케이팅의 알렉산더 게멀린(23·미국)과 테미스토클레스 레프테리스(34·미국), 바이애슬론의 에카테리나 에바쿠모바(26·러시아), 티모페이 랍신(28·러시아) 등 4명의 귀화를 추진하고 있다. 바이애슬론에선 이미 스타로두벳츠 알렉산드르(23)와 안나 프롤리나(32·이상 러시아)가 귀화해 국가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남자 아이스하키의 경우에도 마이클 스위프트(29·캐나다) 등 6명이 이미 특별 귀화를 통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최근 국제 스포츠 무대에선 대표팀에 국적과 인종을 초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국적을 바꿔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출전하길 원한다.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라모스와 로페즈 등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귀화시켜 축구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축구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 등도 국가대표팀에서도 많은 귀화 선수들이 뛰었거나 뛰고 있다.
국제경기에서 실적을 내야하는 현실론도 귀화를 부추기고 있다. 모 연맹 관계자는 “동계스포츠의 경우 쇼트트랙 등을 제외하고는 국내 선수들의 능력은 아무래도 외국선수에 비해 떨어진다”며 “안방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어느정도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대표단에 귀화선수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무분별한 귀화 허용에 대한 우려도 상당하다. 케냐 출신 마라토너 윌슨 로야나에 에루페(28)가 귀화를 추진했을 때 일이다. 황영조 국민체육공단 감독은 “에루페가 귀화하면 한국 선수들의 희망이 없어지게 된다. 마라톤뿐만 아니라 단거리 분야에서 해당 종목 강국 선수들이 귀화하면 한국의 좋은 선수들은 타격을 입게 된다”고 주장했다. 에루페는 결국 도핑 이력 때문에 특별귀화 신청이 무산됐다.
외국인 우수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특별귀화가 일반귀화와 달리 이중국적을 가질 수 있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귀화 선수들이 자신의 꿈을 이루면 한국 국적을 버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귀화 잣대에 대한 일관성도 떨어진다. 김연권 경기대 프랑스어문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축구 등 구기종목에 대해서는 귀화 문턱이 높은 반면 동계 종목은 낮다”고 말했다. 2012년 월드컵을 앞두고 브라질 출신의 축구 선수 에닝요의 귀화가 추진됐으나 무산된 바 있다. 그는 “공평한 기준을 정해 귀화하려는 선수가 한국에 대해 얼마나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귀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등을 면밀하게 체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다민족 사회에서 귀화는 세계적 추세지만 바레인이나 카타르처럼 단기 성과를 위해 선수의 국적을 세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한국에서 오랫동안 뛰며 문화와 언어 등을 습득한 외국인 선수가 한국 국적을 얻어 대표로 발탁되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
[생각해봅시다] 이번엔 루지 선수… ‘올림픽용 귀화’ 문제없나
입력 2016-12-02 04:41